붕괴하는 영국 경제…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영국 파운드화가 지난 26일 1.04달러를 하회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 폭락과 영국 국채인 길트 투매로 트레이더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정부가 성장률을 촉진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수십억 파운드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극적인 결정이 파운드화와 길트 폭락으로 나타났다. 27일 배런스는 그러나 이는 수년간 영국 경제 상황이 악화한 것이 정점이 이른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예상치 못한 시장의 반응에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나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긴급 금리 인상과 정부에 대한 반대,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까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세계 6위 경제 대국인 영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비통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자료:연합인포맥스]](https://newsimage.einfomax.co.kr/AKR20220928030200016_01_i.jpg)
◇ 2007년 말 2달러였던 파운드-달러 환율…지금은 패리티 하회 우려
지난 2007년 말 파운드는 2달러 가치를 나타냈으나 이제 파운드당 1달러로 떨어지는 패리티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차례 폭락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의 금융업이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2008년에 파운드화는 26% 하락해 1.50달러로 떨어졌다.
이후 영국은 '확장적 긴축', 즉 경기 둔화가 심각한 가운데 공공 지출을 줄이면 자신감을 높여 성장률이 촉진될 것이란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으며 대부분 국가보다 영국의 회복은 느렸다.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16% 더 떨어져 파운드당 1.23달러를 나타냈다. 가장 큰 교역 파트너와의 새로운 장벽이 얼마나 클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지출은 수년 동안 위축됐다.
이는 모두 집권 보수당이 주도했지만, 정부의 빠른 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은 브렉시트 이후 테레사 메이에 새 총리 자리를 넘겼다.
2019년에는 보리스 존슨이 총리 자리를 대체했으며 그는 조기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완수'를 내걸고 과반을 확보했다.
이후 팬데믹이 덮쳤고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지면서 2017년에는 2021년 사이 파운드-달러는 1.42달러에서 1.15달러까지 떨어졌다.
존슨 총리는 봉쇄 기간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술자리를 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해임됐고, 그 뒤를 현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꿰찼으며 그는 콰지 콰텡 재무장관과 함께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론적으로 개혁을 통해 생산 여력을 높이고 생산량을 빠르게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몇 차례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때 예상된 것보다 많은 감세 규모에 놀랐고, 경제의 공급 측면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트러스가 마거릿 대처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상적인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한 것일 수 있지만, 정부의 세입을 줄이는 것은 경제 성장에 혼조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세안이 공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즉각적으로는 수요를 증가시킬 뿐이다. 트러스 총리는 올겨울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요금의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계획했던 터라 추가적인 부양책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newsimage.einfomax.co.kr/PRU20220927051101009_P2.jpg)
◇ 사면초가 BOE…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
문제의 핵심은 BOE가 4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앙은행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상충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시장은 BOE가 재정정책이 나오기 전보다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운드화 길트의 폭락으로 트레이더들은 BOE가 11월에 예정된 회의에 앞서 긴급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1997년 BOE가 독립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BOE가 11월 회의에 앞서 기준금리를 거의 2%포인트가량 올릴 것으로 트레이더들이 예상하고 있으며 최종 금리를 6%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BOE 기준금리는 2.25%이다.
사라벨로스는 "만약 이렇게 되지 않으면 통화는 더 약화할 위험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추가적인 긴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경제가 매우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 불안에 대응해 BOE는 필요시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영국 재무부는 11월에 대규모 개혁 방안을 앞당겨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신뢰는 깨졌고 트러스 총리와 베일리 총재가 취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는 거의 없다. 정치적으로 트러스는 자신의 계획을 철회하기 어렵지만, 더 대담한 조치는 자신의 당에서조차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BOE가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통제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금리 인상 폭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계없이 시장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BOE에서 20년간 일해온 토니 예이츠 위원은 긴급회의는 "이로운 것보다 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던컨 웰던은 영국이 일본처럼 환시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992년 유럽 환율 매커니즘에서 쫓겨난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배런스는 중앙은행의 다음 결정을 몇 주 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길트와 파운드는 불꽃을 기다리는 화약통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트위터를 통해 영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했다. 그는 파운드가 달러화와 유로화에 모두 패리티 이하로 떨어질 것이며 영국의 단기 금리는 7% 이상으로 세배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위기는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 피해를 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입해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영국은 지난 1976년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배런스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이렇게 되면 야당이 노동당이 다음번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웰던은 "파운드화의 변동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지만 금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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