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전쟁터 된 서울환시…뛰는 당국, 위로 날아가는 에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유례없는 강달러에 1,400원을 돌파한 달러-원 환율은 대내외 수급 악화까지 가세하며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4일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국내 주요 14개 금융사의 외환딜러들의 이달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평균해 종합한 결과,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90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달 전망한 것(55원)과 비교해 레인지가 35원으로 약 64%가량 커졌다.
저마다 달러-원의 향방을 두고, 위아래로 변동성을 넓게 열어둔 채 수급 처리에 의존하면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가 감지된다. 동시에 환시 안팎에는 수급을 겨냥한 저마다의 해법을 찾아가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 외환당국, 수급 대책에 초점…기업들 만나, 환시 협력 당부
최근 외환당국부터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수급 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통한 시장 개입을 넘어, 구조적인 수급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수급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국은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하자, 주요 수급 주체들과 환시 협력을 전방위로 강화했다. 국민연금과 조선사 등과 수급 개선책을 구체화했고, 국내 대기업까지도 보폭을 넓히며 수급 불균형 해소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주 환시 점검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는 국내 4대 대기업의 재무 담당 경영진들이 동석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거금회의에 일선 기업 관계자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에 정식 편입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외화자금 유입이 늘어나면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당국의 환율 안정을 둘러싼 수급 문제에 대한 각별한 인식은 에너지 절약 대책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지난달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문화 정착 및 전기 요금과 가스요금 정상화 등을 골자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처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심해진다. 에너지 절약이 에너지 수입 부담 및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전기 요금을 30원 올릴 경우 3개월간 무역수지가 25억 달러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시장에 있는 수급 주체뿐만 아니라 경제주체 전반에 걸쳐 촘촘한 정책망을 구축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수급 개선에 총력을 다하면서, 그 정책 효과가 환시 수급 지형도를 바꾸는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서울환시도 환율 급등 주범은 수급…겨울철 에너지수요 '촉각'
외환딜러 등 환시 참가자들 사이에서 최근 달러-원 상승 주범으로 수급 불균형을 지목하는 의견이 늘었다.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강달러 여파에서 반년째 이어진 무역적자 문제로 시선이 기울어지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88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이던 외환위기 직전 206억 달러(1996년)를 뛰어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에는 월말과 분기 말에도 결제 물량이 우위를 점하는 등 실제 수급 쏠림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강달러가 주춤해도, 달러-원은 1,420원대로 내려오자마자 밀린 결제 수요가 붙으면서 반등했다.
특히 반년째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에너지 수요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겨울철 에너지 수요가 달러-원 향방에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올해 8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5.5배, 유연탄은 4.7배 각각 폭등했다. 반면 국내 상반기 중 전력 소비는 산업용(+3.1%)과 주택용(+7.6%), 일반용(+1.5%) 등 모든 부문에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은행의 한 딜러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며 "무역수지 수입도 에너지 영향이 크고, 수입업체들은 지금 사는 달러가 가장 싸다는 생각으로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이 되면 난방 수요 등 에너지 소비량은 많을 것"이라며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에너지 수요가 달러-원 수급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급 불균형도 연준의 긴축 경로가 최종 금리에 다다를수록 완화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당국의 적극적인 수급 개선 노력에 고점 인식이 생기면, 결제 우위 수급을 해소하면서 달러-원 상승 압력도 누그러질 수 있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실수요가 붙는 건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이다"며 "지금보다 환율이 더 오를 거란 생각에 아직 결제 수요가 밀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하향 분위기를 형성해주면 매수 진입이 이연될 수 있다"며 "당국에서 계속 환율을 눌러주면서 조금 더 기다렸다 사도 된다는 인식을 생기게 하는 게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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