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원화채 미운오리서 달러채 백조로…흥행 성공
8억 달러 글로벌본드 발행, FOMC 후 조달 포문…안전자산 입증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8억 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에서 채권 금리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는 9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첫 아시아 발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등 남다른 입지를 드러냈다.
4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글로벌본드(144A/RegS) 북빌딩(수요예측)에서 36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하는 등 기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에 힘입어 올 6월 흥행세를 다시 한번 이어간 모습이다.
◇한국전력, 시장 회복 포착…외화 조달 성사
오는 6일(납입일 기준) 한국전력공사는 8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 지난 29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한 북빌딩에서 36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5년과 5.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5억 달러, 3억 달러씩 배정했다. 3.5년물에 163개 기관이 19억 달러의 주문을 넣어 흥행을 이끌었다. 5.5년물 역시 131개 기관으로부터 17억 달러의 수요를 확보했다.
이번 발행은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사실상 아시아 첫 달러채 발행이었다는 후문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시장 전반이 출렁인 탓에 다수의 기업이 쉽사리 달러채 조달에 나서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상당 기간 시장을 주시했다. 당초 지난 26~27일께 북빌딩에 나서고자 했으나 FOMC 직후 투자 심리 위축세가 가속화되자 비대면 로드쇼 등을 진행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FOMC에 더해 영국 감세안 소식 등으로 금융시장 내 변동성은 나날이 확대됐다.
기회는 일순간 찾아왔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긴급 채권시장 개입 조치에 29일 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가 반등한 데 이어 당일 오전 아시아 역시 호조를 보였다.
한국전력공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이 얽혀 시장 불안감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터라 회복 타이밍에 시장을 찾는 것만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FOMC 전보다 시장 분위기가 악화한 만큼 당초 고려했던 10년물 대신, 3.5년과 5.5년으로 트랜치를 구성하는 등 보다 시장친화적으로 조달 구조를 설정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북빌딩 개시 후 양질의 기관이 주문을 넣었다.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 글로벌 증시 및 채권 불안감이 다시 커졌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충분한 주문을 쌓은 한국전력공사 발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원화채 입지와 대조적, 금리 경쟁력 확보도 성공
한국전력공사의 달러채 흥행은 국내 채권시장 내 위상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적자 누적과 막대한 발행 규모 등으로 시장 금리를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AAA' 한국전력공사가 매달 조 단위 채권을 찍어내다 보니 하위 등급의 금리 상승을 뒷받침한다는 비판이었다. 발행금리를 높여서라도 조달을 해야 했던 탓에 한전채의 위상은 나날이 떨어졌다.
반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연이은 조달에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부터 매년 0~1건의 달러채 발행을 이어왔으나 올해는 6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재조달에 나섰다. 앞선 6월 발행에서 풍부한 수요를 확인한 후 비교적 투자자층이 견고한 외화채 시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두 차례의 조달에도 글로벌 인기는 탄탄했다. FOMC 이후라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해당 사건 이후 아시아 달러채 발행의 포문을 열었다는 이정표마저 세웠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정부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높은 데다 수익성이 강조되지 않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적자 실적 등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린본드(green bond)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조달에 동참한 점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반환경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기관이 많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석탄 사업 등으로 반환경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그린본드 발행으로 이런 우려를 완화했다.
무엇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최근 AA급 한국물의 안정성이 한층 부각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각국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을 두고 달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AA급 한국물의 경우 각 이벤트 이후 시장 포문을 여는 등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무디스와 S&P에서 각각 'Aa2', 'AA' 등급을 받고 있다.
흥행에 힘입어 한국전력공사는 금리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가산금리(스프레드)를 3.5년과 5.5년물 각각 3년과 5년 미국 국채금리에 120bp, 160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하면서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각각 30bp씩 절감했다.
이에 따른 3.5년물 쿠폰과 수익률(yield)은 각각 5.375%, 5.526%다. 5.5년물 쿠폰과 수익률은 각각 5.5%, 5.598%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원화채 시장에서 5% 이상의 금리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2~3년물 중심의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연이은 대규모 발행으로 기관들의 외면이 이어진 데다 미국 FOMC 이후 국내 채권 시장 역시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탓에 AA급 수준에 버금가는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풍부한 인기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금리를 형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딜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은 25~30bp가량으로 관측했다. FOMC 이후 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도 올해 한국물 발행사들이 지불하는 수준의 NIP를 감내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번 금리는 원화채와 대비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KDB산업은행, UBS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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