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위기설-③] 전염 공포 고개…"우려가 자기실현적 예언될 수도"
  • 일시 : 2022-10-05 09:17:03
  • [CS 위기설-③] 전염 공포 고개…"우려가 자기실현적 예언될 수도"

    "리먼급 위기 가능성 낮지만 조속한 해결 없으면 변동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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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아케고스 사태와 그린실 캐피털 투자손실로 휘청댄 스위스 주요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무 건전성이 이슈로 부각되자 전염 리스크(contagion risk)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CS의 건전성 우려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발생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2의 리먼 사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나아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美 은행권 자본·유동성 탄탄…전염 위험 낮아'

    CS는 국제 금융당국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정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은행(G-SIB) 30곳 가운데 하나로, 이들 '대마불사 은행'이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주말 CS가 자본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을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현재 은행이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면서 CS 위기설이 불거졌고, 시장 참가자들은 즉각 '전염'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씨티그룹의 키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씨티가 '유럽 대형은행 보도와 관련해 (해당 은행의 위기가) 미국 은행권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들을 받았다고 전했다. 3일(현지시간) CS 주가는 스위스 증시에서 11% 이상 급락해 역대 최저가인 3.52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CS의 재무 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애초 리먼 사태와 같은 전염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CS의 2분기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5%를 기록했다. CET1은 가장 알짜 자본인 보통주자본에 위험가중 자산을 나눈 값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JP모건체이스의 키언 아부호세인 유럽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CET1 비율이 은행이 말한 범위 내에 충분히 들어가는 수준이라며, CS의 자본 수준과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도 불안이 다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리먼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때와 달리 미국 은행권이 상당한 자본을 확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오랜기간 지속됐던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은행권의 유동성이 좋은 상태라며 "모든 신용위험에 대응할만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대차대조표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2007년과 지금은 마치 '밤과 낮'과 같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CS를 둘러싼 우려가 미국 은행을 쓰러뜨릴 만큼 큰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분기 적자에 허덕이는 CS와 달리 미국 은행들은 이익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아케고스 사태에 연루됐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CS보다 제한적이었다.

    미국 은행 주가도 순항 중이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주가는 CS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일까지 이틀간 6~7%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 "CS 전략 공개까지 변동성 지속될 듯"

    하지만 일각에서는 CS 건전성 우려가 리먼 사태까진 발전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잠비크 대출 사기, 아케고스·그린실 캐피털 스캔들 등 잇따른 대형 사고로 감원과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CS가 거액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고 그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외신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비용을 은행이 어떻게 충당할지, 그리고 이것이 13.5%라는 CET1 비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CS가 자본 증자를 피하기 위해 증권화 상품 부문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작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은행 본토벨은 "1~2년 전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면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 매각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경기침체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CS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은행권은 자본과 유동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기 악화와 금융시장 혼란, 자본 규제 강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라 CS 위기가 발생할 경우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CS 위기를 2016년 도이체방크 사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도이체방크 사태는 은행이 모기지저당증권(MBS)을 부실 판매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 달러의 벌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도 도이체방크가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를 휩쓸었다.

    도이체방크와 미국 법무부가 2016년 말 벌금을 72억 달러 수준으로 합의하고 이듬해 도이체방크가 80억 유로 규모의 신규 자본을 조달하기까지 우려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CS가 자본 조달과 관련한 실질적인 해결에 나서야 우려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S의 핵심자본 비율이 견고하고 경영진이 자본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이란 우려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는, 신뢰가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경고했다. 매체는 경영진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어려움과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조속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S가 분기 실적과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전략 방안을 발표하는 27일이 우선 1차 고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스위스 은행인 SBC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시장 전문가 도시마 이쓰오 도시마&어소시에이츠 대표는 "CS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대형 은행은 해당 국가의 실질적인 국책은행 성격이 강하다"며 CS가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스위스 국내의 뱅킹 부문과 국제적인 IB 부문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며 "후자의 독주로 발생한 아케고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구조조정안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얼마나 몸집을 깎아낼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당연히 외부와의 접촉이 생기기 때문에 단편적인 정보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도시마 대표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D-데이인 27일까지 불안감이 피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CS가 27일보다 일찍 실적 등을 공개해 시장을 안심시키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CS 위기설이 결국 연준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니코자산운용의 존 베일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CS 위기가 앞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시사하며, 금융 여건이 극적으로 악화됨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 강도가 한동안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마켓워치도 영국 감세안 혼란과 CS 위기를 예로 들면서 "2007~2009년 금융위기·경기침체 초기와 비교되는 세계시장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금융 불안을 악화시키거나 필요 이상의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철회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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