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보유액 4천억弗 연연 않는다"…여전한 시장 관리 의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한꺼번에 20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들면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단기외채 등 대외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외환당국의 원화 약세 방어 개입 화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외환당국은 하지만 보유액이 충분하며, 4천억 달러 등 상징적인 숫자를 지키는 데 연연하지 않고 펀더멘털을 벗어나는 환율 움직임에 대응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기 때 있어도 못 쓴 보유액…'2천억 달러 붕괴 공포'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외환 관련 위기를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다.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의 보유액이 300억 달러도 못 미칠 정도로 부족해 결국 구제금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때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보유액이 2천억 달러가 넘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보유액 2천억 달러 선이 붕괴하면 대외건전성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고, 이 탓에 달러-원이 급등하는 와중에서도 적극적인 매도 개입에 나서기 어려웠다.
한은에 따르면 2008년 6월 약 2천500억 달러 규모던 보유액은 달러-원이 1,000원에서부터 치솟기 시작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11월에는 2천5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10월에는 한 달에 274억 달러나 줄어 사상 최대 감소도 기록했다. 그럼에도 11월말 달러-원은 1,500원 내외까지 치솟았다.
보유액이 2천억 달러 수준까지 줄어들자 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보유액 추가 감소를 우려해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자금 조기 회수 등의 비상 조치도 취했다.
장중 달러를 사서 이를 되파는 개입도 빈번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또 현물환 매도 개입이 어려워지자, 개입 방식을 선물환 등으로 돌리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되는 당국의 선물환 포지션을 보면 2008년 6월 제로(0)이던 매도 포지션은 2009년 2월에는 약 260억 달러까지 급증한다.
이런 비상조치로 당국은 보유액 2천억 달러 선을 지켜냈다. 하지만 당국 실탄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노린 투기적인 거래로 달러-원은 2009년 3월에는 장중 1,597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극심한 불안 장세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보유액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당국이 4천억 달러 아래로 보유액을 떨어뜨리면서까지 개입을 하지는 못할 것이란 인식이 적지 않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역외 투자자들은 보유액이 4천억 달러에 근접하는지 주시하고 있다"면서 "당국 힘이 약해질 조짐이 보이면 공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말 4천160억 달러대로 줄어든 보유액은 연말까지 국민연금과의 약 100억 달러 한도 통화스와프 등을 고려하면 4천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당국, 이번엔 다르다는 자신감…"4천억 달러 연연 않는다"
당국은 하지만, 보유액 4천억 달러 붕괴를 두려워해 필요한 시점에 시장에 개입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스탠스를 명확히 했다.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보유액 4천억 달러 방어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4천억 달러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스레시홀드(threshold·임계점)가 있어 보이지만, 이것이 스레시홀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1조 달러 넘게 보유액을 쌓은 일본도 1조 달러가 스레시홀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한 규모를 쌓고 있고, 충분한 규모를 바탕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액 4천억 달러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시장에 쏠림이 있거나 펀더멘털을 벗어나는 과도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도 "보유액은 필요할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며 보유액 감소로 인해 당국의 역할이 제약될 것이란 우려에 선을 그었다.
당국은 보유액은 물론 민간 부분에서도 방어막이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적으로 2008년 당시는 우리가 순채무국이었지만, 현재는 순채권국이고 대외 순자산규모는 7천억 달러가 넘는다.
대표적인 건전성 비율인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분기 말 약 42%로 이전보다는 다소 상승했지만, 금융위기 당시 78%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2분기 말 단기외채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9월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4% 수준에 그친다.
오 국장은 "보유액 규모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충분하다"면서 "신용평가사 피치도 보유액 규모는 동일 신용등급 국가에 비해 견실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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