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발 세계 긴축이 부를 블랙스완…연기금과 美 국채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등 공격적 긴축에 나서면서 저금리를 기반으로 팽창했던 금융시스템 곳곳에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고전 중인 증권시장, 휘청이는 회사채 시장, 신흥시장과 에너지 상품 등에 대한 우려 등 위험신호가 켜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연기금과 미국 국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길트채 파동 증폭시킨 英 퇴직연금
지난주 영국 금융시장 혼란은 안전하다고 여겼던 연기금과 정부 채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달 23일 영국 트러스 신임 내각이 상당한 재정적자를 초래할 감세안을 발표하자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영국 채권인 길트채 금리가 폭등했다.
길트채 금리 폭등은 영국 퇴직연금이 채택한 부채연계투자(LDI) 전략이 증폭시켰다. 파생상품은 위험을 분산하거나 이익을 증폭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LDI는 저금리로부터 퇴직연금을 보호하면서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는 등 두 가지 목적 모두를 겨냥했다.
금리변동기에는 점점 위험해진다는 일부 신호에도 영국 퇴직연금 규제당국은 각 연금이 LDI를 채택하도록 격려했다.
중앙은행 긴축으로 금리가 오르자 퇴직연금은 손실에 노출됐고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에 봉착했다. 이를 위해 많은 퇴직연금이 길트채를 팔아 치웠고 이는 다시 길트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렀다.
컨설팅 회사이자 보험중개사 윌리스 타워스 왓슨은 올해 들어 자사가 관리하는 미국 기업 퇴직연금이 마진콜로 추가 충당한 금액이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이 회사의 존 딜레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렇지만 영국과 비교해 파생상품 채택이나 마진콜 결과는 작았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 직면한 미국 국채
최근까지 기준금리 인상에서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켰던 대표적인 사례는 모기지(주택담보대츨) 증권이었다. 지난 2004년~2006년 연준은 기준금리를 1%에서 5.25%로 4.25%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주택 수요는 얼어붙었고 모기지와 관련 상품에 집중 투자했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
올해 연준도 기준금리를 0%에서 3% 이상 올렸고 연말 4%까지 인상이 예상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주택시장 붕괴 가능성은 낮다. 지난 2007년 이후 미국의 모기지는 14%밖에 증가하지 않았고 대부분 신용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았다.
경제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 국채다. 2007년 이후 미국 국채 유통량은 무려 332%나 늘어난 26조2천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자국이 발행하는 화폐로 채권을 발행한 만큼, 회사채나 신흥국처럼 채무 불이행에 빠질 우려는 없다. 하지만 달러 발행으로 미국 국채를 상환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은행과 규제당국은 미국 국채가 월가가 소화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채권 시장 변동성에 가세하면서 시장 기능을 제약하고 있다.
미국 국채는 연준이 지정한 프라이머리 딜러로 불리는 은행들이 원활한 시장 운영을 위해 사고판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전체 유통량의 1% 아래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규모, 속도, 가격에 국채를 사거나 파는 것이 훨씬 어려워진다. 이것은 전반적인 신용 시스템에서 시장이 지니는 중요성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3월 연준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현금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버린, 예상 못했던 결과였다. 결국 연준이 개입해 채권 상당량을 사들여야 했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시장 상황은 팬데믹 봉쇄가 심각했던 2020년 4월만큼 나빴다. 파이퍼샌들러는 2010년 이후 최악의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직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었던 지난 9월 21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시간이 채 못된 사이에 3.55%에서 3.7%로 급등했다.
파이퍼샌들러의 로베르토 펄리는 쉽게 거래되는 미국 국채와 다른 것 사이의 금리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거래조건 악화의 신호라고 지목했다. 그는 "시장을 질서 있게 할 수 있는 딜러의 능력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처였던 은행과 해외투자자도 후퇴했다. 미국 상업은행의 국채와 모기지를 제외한 정부채 보유량은 2020년과 2021년 7천500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팬데믹에 늘어난 예금 탓인데 올해는 예금이 MMF로 옮겨가면서 6월 이후 700억 달러 정도 감소했다.
연준 외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해외투자자들도 미국 국채 외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미국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인 넬리 량은 지난달 "감소한 시장 유동성은 우리가 시장 위험 모니터링에서 주시해야 할 일일 점검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현재 미국 채권시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어떤 유형의 대규모 충격도 미국 국채금리를 급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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