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 연준 양적긴축(QT) 본격화의 '살풍경'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국채시장이 '살풍경'에 가까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긴축(QT)을 본격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다. 월가는 지난 2018년의 '자동항법' 소동과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OMC 없는 10월에도 급등한 미 국채금리…미 재무부 바이백에 되레 불안감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6532)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지난 19일 한때 전날 종가대비 10bp 가까이 오른 연 4.111%에 호가했다. 2년물도 10bp 이상 오른 4.545%에 호가가 나왔다.

연준이 매파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채 시장의 유동성 우려까지 불거진 영향 등으로 풀이됐다.
미국 재무부가 일부 경과물 미국 국채에 대한 바이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되레 불안감은 증폭됐다. 시장의 유동성이 그만큼 경색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히면서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시장 유동성 경색 문제를 풀기 위해 국채 바이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미 재무부는 이달 24일까지 PD들에게 매년 경과물 채권(off-the-run securities)을 다시 사들이는 방안과, 이를 통해 유동성이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물 발행에 따른 경과물의 '원하지 않는 공급'을 흡수해보자는 취지로 풀이됐다.
하지만 미 재무부의 조치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됐다.
재무부는 연준과 달리 발권력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일부 유동성이 부족한 경과물을 손바꿈이 쉬운 신규 지표물로 교환해주는 데 불과한 조치이며 근본적인 유동성 공급은 아니라는 의미다.
월가를 중심으로 재무부의 바이백이 양적완화(QE)도 양적긴축(QT)도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QT 본격화 두 달 만에 미국채 10년물 40bp 상승…모기지 30년물은 7% 육박
연준이 지난달부터 미 국채 최대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기관채 최대 350억달러씩 축소한 데 따른 파장은 벌써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달에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지 않았지만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9월 22일 3.714%에서 40bp나 올랐기 때문이다. 상승분 가운데 일부는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통상 10월에는 FOMC가 열리지 않는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금리 상승 효과는 제한된다는 의미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모기지 금리도 폭등세를 이어갔다. 대출액 64만7천200달러 이하에 대한 30년 고정 평균 모기지 대출 계약 금리는 전주 6.81%에서 6.94%로 상승하는 등 7.00%에 바짝 다가섰다.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는 9주 연속 상승했다.
연준의 QT 표적 가운데 하나인 MBS에 대한 시장 유동성 부족도 모기지 금리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됐다.
◇자동항법 소동과 테이퍼 탠트럼 전철 밟을까
유동성이 말라가면서 월가가 깊은 내상을 입었던 2018년 10월의 '자동항법 소동'과 2013년 '테이퍼 탠트럼'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유동성 부족이 미국채 시장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 연준이 양적 긴축을 중단하는 등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연준은 2017년부터 시작된 양적긴축에 대해 2018년 10월에도 '자동항법' 장치처럼 양적 긴축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유동성 고갈로 어려움을 겪었던 월가는 연준의 해당 발언에 경악하며 경기를 일으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920에서 2,740까지 단숨에 빠지며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에 앞서 2013년에도 연준의 양적 긴축에 시장은 '발작'에 가까운 충격을 받으며 이른바 '테이퍼 텐트럼'이라는 신조어까지 남겼다.
지금은 그때보다 양적 긴축의 파장이 훨씬 확대될 수 있다.
자동항법 소동 당시에는 대차대조표 규모가 4조5천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의 8조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다. 줄여야 할 대차대조표 절대 규모가 큰 만큼 QT도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가 역대급인 가운데 QT가 사실상 처음 시행된다는 점도 시장 참가자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자동항법 소동 당시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대차대조표의 '유기적 확대(organic growth)'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며 양적 긴축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2013년에도 소위 긴축발작인 '테이퍼 탠트럼'으로 QT는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했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제대로 된 QT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월가 투자기관은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효과를 너무 낮춰 잡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준이 1천억 달러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때마다 12bp가량의 금리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연준이 QT를 본격 시행한 지 두 달 만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bp나 상승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동반해서 빠르게 구축된다는 점도 미국채 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연준이 양적긴축에 나선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 등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도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중단을 동시에 선언한 것도 전인미답의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 모두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 같다. 이제 연준이 QT를 본격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기 때문이다. (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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