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컸던 IBK기업은행 글로벌본드 조달성공 스토리…'SSA 잡았다'
선제 타깃, 실수요 효과 톡톡…시장친화적 구조, 금리 이점 부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IBK기업은행이 달러화 채권 시장을 공략해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20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북빌딩(수요예측) 당일 이전보다 주문이 느리게 쌓이는 등 불안감이 커졌지만, IBK기업은행은 미리 다져둔 정부·국제기구·기관(Sovereign, Supranational&Agency) 수요로 조달을 마쳤다. 실수요 중심의 SSA 기관들의 물량 공세로 원화 조달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투자 저변 확대 두각, 미국·유럽 우량 기관 참여↑
IBK기업은행은 오는 25일(납입일 기준) 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를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2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IBK기업은행 조달은 투자자 모집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 대규모 재정 정책 충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 기업조차도 발행이 급감하는 등 싸늘한 분위기가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이달 북빌딩을 계획했던 IBK기업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주 전 달러채 북빌딩이 예정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마저 조달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달 투자 심리를 쉽사리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및 미국 국채금리가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커진 점도 마이너스 요소였다.
IBK기업은행은 시장이 다소 회복된 틈을 겨냥했다. 미국 기업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뉴욕 증시가 반등한 것은 물론 영국 정부의 감세안 철회 소식에 채권 시장 참가자들이 안도한 직후였던 18일 북빌딩에 나섰다. 당시 다수의 아시아 발행사가 투자자 모집에 나서 주춤했던 발행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다만 투자 심리 회복세는 기대보다 더뎠다. 과거 한국물 발행사들이 아시아에서부터 강한 수요를 확인한 것과 달리, 북빌딩 초반 주문량은 더디게 쌓여갔다.
유럽 개장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유럽과 미국 SSA 기관들의 공세에 힘입어 주문량은 최대 1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통상 한국물 달러채가 3배 이상의 주문을 확보하는 것보단 여전히 부족했지만, SSA 기관의 경우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에서 6억 달러 발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북빌딩 마지막까지 남은 자금은 8억 달러 수준이었다.
IBK기업은행의 투자 저변 확대는 배분 비율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채권은 유럽·중동에 49%가 배정됐다. 아시아 태평양과 미국 비중은 각각 39%, 12%였다. 유럽·중동의 경우 SSA 투자 기관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글로벌본드 발행 당시 유럽·중동, 미국 비중이 35%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확장세였다.
◇선제 공략 주효, 트랜치 매력↑…조달 경쟁력 입증
이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 차 직접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기관과의 만남을 진행하는 등 투자자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외화채 발행 필요성이 높아지고 금리인상기로 전환으로 조달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투자 저변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이는 지난 9월 유럽과 미국 SSA 기관을 겨냥한 NDR(Non-Deal Road show)을 진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아시아 기관을 타깃으로 삼던 것과는 대조적 행보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예상보다 더딘 주문량 확보에도 우량 기관들의 실수요가 발행을 지탱했다. 과거 SSA 기관이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발행물을 중심으로 투자하던 데서 한발 넓혀 IBK기업은행 사자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IBK기업은행의 시장친화적 전략도 주효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등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년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공략했다.
2년물의 경우 발행사 입장의 메리트도 상당했다. 은행의 경우 대부분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스와프해 사용한다. 최근 미국 국채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금리와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가 기준점인 변동금리가 역전된 상태라는 점에서 스와프를 통한 금리 절감 효과 역시 상당했다.
소셜본드(social bond)로 사회적 책임투자(SRI) 기관 역시 동시에 겨냥했다. 조달 자금을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가치 사업에 활용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조달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매력을 높이면서 IBK기업은행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미국 2년 국채금리에 70bp 더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IPG 대비 15bp 절감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쿠폰과 수익률(yield)은 각각 5.125%, 5.152%다.
북빌딩 개시 후 유통금리 대비 너무 낮게 스프레드를 제시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이런 우려는 SSA 기관의 주문으로 사그라졌다. 우량 기관들의 주문세에 힘입어 뉴이슈어프리미엄(NIP) 역시 15bp 수준을 지불하는 데 그쳤다. 최근 한국물 발행사들이 20~30bp를 감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서 다소 높게 거래된 점은 변수다. 이튿날 오전 거래금리가 70bp 후반대를 형성하는 등 금리 부담이 드러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은행권은 물론 'AAA' 공기업조차 국내 시장에서의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IBK기업은행의 해외 활로 모색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국내 은행은 원화채 시장에서 역대 최대 발행을 이어가면서 분위기 과열을 주도하기도 했다. 유동성 한계가 드러나는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의 경우 원화 대비 압도적인 투자 자금 등을 바탕으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도 발행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피치는 IBK기업은행에 각각 'Aa2',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ANZ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이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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