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에 불붙은 환투기…은행·증권사, 시차환전에 '골머리'
들불처럼 번지는 개미 환투기…'주식리딩방' 닮은꼴
주요 은행들, 당일 재환전 금지·우대율 축소 등 대응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에서 환투기 움직임마저 기승을 부려 금융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달러-원이 변동성이 커지자 손쉽게 가능한 환전 시차를 이용하는 개인들의 투기적 환거래가 급증한 탓이다. 주식 시장의 일명 '리딩방'과 같은 사이트도 생기며 관련 정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내부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담당 인력과 전산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는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개인 환투기 극성…정보공유방 활개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제공하는 환전 플랫폼을 통한 고시환율과 실시간 환율 차이를 이용한 시세차익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요 은행과 일부 대형 증권사 등은 현재 고객과 투자자들 편의를 위해 24시간 환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들은 우리나라 영업일 자정 전까지 고시환율을 책정하고, 다음 날 새벽 시간부터 개장 이전까지 해당 환율로 환전이 가능한 구조다.
은행마다 고시환율 책정 시간은 장 마감 이후로 다르지만, 다음 날 새벽과 아침 시간대를 지나며 뉴욕 등 역외 시장 환율과 비교할 때 차이가 발생한다.
간밤 역외에서 환율이 올랐다면, 고시환율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이후에 국내 개장 직후에 달러 매도에 나서면 스프레드 차이만큼의 기대 수익이 발생한다.
가령 전일 1,400원으로 고시된 환율이 뉴욕장에서 1,410원으로 상승하면, 달러로 환전한 이후 개장 직후 매도를 걸어두면 고스란히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고시환율 대비 역외 시장에서 환율 변동 폭이 이를 상쇄할 경우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수익 기회가 커진 셈이다.
시차를 이용한 환투기는 네이버 블로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예상 스프레드 수준을 계산해 이익과 손실 가능성 등을 평가해 보여주는 모습도 확인된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이제는 손님들이 실시간으로 환율을 체크할 수 있어 환투기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며 "은행은 업무 마감이나 회계처리 등으로 환율을 실시간으로 고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기관, 환투기 대책 마련 돌입…뾰족한 대안은 없어
비대면 환투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은행권 전반은 내부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은행은 개인별로 환전 가능한 액수에 한도를 두고 있어, 개인이 대규모 수익을 챙기고 기관에 손실을 끼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투기 방식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한꺼번에 환전 수요가 몰리면 투기 세력에 의한 손실액은 불어날 수 있다.
일례로 환차익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단체방이 여러 개 있다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특정 은행의 고시 환율이 낮게 형성된다면, 이를 먹잇감으로 포착하며 소위 좌표를 찍고 투기 수요가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은행은 환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환전 가능한 한도 및 환전이 가능한 시간대를 정해 투기 기회를 제한하고, 우대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은행에서는 당일 재환전을 막는 방안도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에서도 빈번한 환투기 의심 계좌를 정지하는 방식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여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인력과 전산상 대책을 마련하는 비용 문제 등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관들 사이에서 체리피킹 하듯 고시환율이 낮은 쪽으로 송금해서 환전하는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환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천 명이 모여서 환투기에 나서면 몇천만 원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어쩌다 한 번씩 발생하는 이슈였지만, 요즘은 환율이 10원~20원씩 뛰면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휴장인 날이면 더 심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영업일 외 환전 거래를 막았다"며 "새벽 시간에 가동할 해외 데스크나 IT 인력이 없다 보니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5천 불 이상 거래는 외국환은행 신고를 거치게 돼 있지만, 소액거래는 문제가 될 소지가 크지 않다"며 "경상거래와 함께 환전도 자유화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별 고시환율 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된 정보라서, 공유한다고 이를 문제로 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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