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서 자취 감춘 공제회…언제 돌아오나 물어보니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송하린 기자 = 최근 채권시장에서 고금리 우량채도 잇달아 미달이 발생하는 '돈맥경화' 상태인 와중에 주요 기관투자자인 공제회도 발을 빼는 모습이다. 하반기 들어 채권을 공격적으로 담는 듯했으나 대출 증가 등으로 투자 여력이 줄고 단기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면서 다시 손을 거두는 분위기다.
◇신종도 외면하는 공제회…돈도 없고 매력도 없고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공제회는 지난 한 두 달간 채권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지난주 우리금융지주가 2천2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공제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7일 신한은행이 3천1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할 때도 공제회는 입찰하지 않은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딜마저 외면한 것이다.
공제회는 그간 일반 회사채보다는 신종자본증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동일 회사의 회사채보다 신용등급이 더 낮고 청산 때 원리금 상환순위도 후순위채보다 뒤에 있는 고위험상품이지만 1%포인트 이상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저금리 환경일 땐 공제회는 일반 공모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공제회는 절대금리 허들이 있어서 그 이상의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이 있는데 작년까진 공모채가 이를 충족하지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공제회는 신종자본증권 시장에서 거의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은행, 한화손해보험,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공제회는 거의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번 주 코리안리재보험이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겨우 2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는 공제회 두 곳의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 조건이 좋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요소까지 충족해야 겨우 공제회의 관심을 끈다는 분석이다.
공제회가 신종자본증권을 외면하는 것은 위험도를 고려할 때 회사채 대비 금리 이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A증권사 IB 관계자는 "이제는 공모채도 AA 신용등급이 5% 금리를 주니 CJ제일제당 회사채에 교직원공제회가 들어가듯 공제회 수요가 일부 옮겨갔다"며 "공제회는 원래 공모채를 안 했는데 절대금리 수준이 올라가고 신종은 기존처럼 상각형이 붙으니까 내부 심의할 때도 허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IB 관계자도 "현재 회사채 대비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 공제회도 신종 금리가 낮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공제회는 개인 투자자보다 조금 더 가격에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기를 언제라고 특정하기 어렵지만, 공제회 수요가 줄고 있다"며 "공제회는 기관투자자로 분류되고 기존엔 신종자본증권의 기관투자자 비중이 30~50% 선이었는데 최근엔 10~20%까지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제회의 투자 여력 자체가 마르고 있는 점이다. 주요 공제회의 대출 이자율이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낮게 형성돼 회원들의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할 돈이 부족해진 상태다. 공제회 대출은 시중 금융권의 차입 한도에 산입되지 않은 점도 이같은 수요에 불을 붙이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투자 약정을 맺은 국내외 운용사들의 캐피탈 콜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둬야 하는 점도 채권시장 유동성 부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증권사 관계자는 "공제회에 채권 투자 의사를 물어보면 다들 돈이 없다고 한다"며 "투자 여력이 있으면 신종자본증권 대신 공모채라도 사겠지만 최근엔 대부분 투자 불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 복귀는 환율과 시중금리가 결정
공제회가 이처럼 채권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면서 복귀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가 꾸준히 채권을 매입한다면 그 자체로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제회 중 채권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노란우산의 행보에 시선이 가고 있다. 노란우산은 하반기 들어 매월 5천억원씩 채권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쇼크 등이 더해지면서 투심이 위축되자 투자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월 5천억씩 채권 매입은 여타 공제회와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액수다.
D증권사 관계자는 "노란우산은 당분간 쉰다고 들었는데 다른 공제회가 채권을 안 담을 때 본인들만 많이 담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며 "채권시장이 계속 안 좋은데 자신들만 많이 담아도 되느냐는 내부적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공제회 자금이 내년 1월은 돼야 풀릴 것 같은데 시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새 자금 집행 계획을 그때 세우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시중은행 예금이 너무 올라서 그쪽으로 수요가 빠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채권시장의 단기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지 않았고 달러-원 환율마저 급변하는 상황에서 내년 초까지는 관망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A공제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는 레고랜드, 해외는 영국 연기금 마진콜 사태 등으로 단기간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높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투자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국내채권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 당분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 채권 중 한전채는 신용등급 대비 금리 매력도가 높다고 보지만 시장 변동성이 더 큰 변수라 관망 중"이라며 "코리안리는 쿠폰금리가 6% 후반으로 결정되면서 잠재됐던 공제회 투자 수요가 실제 집행으로 이어진 것인데 이처럼 우량한 신용등급에 매력적인 쿠폰금리로 발행되는 채권은 언제든 잠재된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공제회는 외환 변동성의 안정이 채권투자 재개의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A공제회 관계자는 "각 기관은 해외투자 비중이 커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 소요도 준비해야 해서 향후 환 변동성이 안정되면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여력도 더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연말을 앞두고 북 클로징이 되고 있어 연초 이후 투자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B공제회도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고 판단될 때 채권투자를 재개할 것 같다는 입장이었다. 연말이나 연초 같은 시점보다는 변동성이 얼마나 누그러지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이다.
B공제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이자율 차이가 있어 대출 수요가 여전히 강한 만큼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이자가 급등한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진정돼야 시중은행과 이자율 차이가 좁혀지고 대출 수요가 줄면서 여력이 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운용사로부터 들어오는 캐피탈 콜에 대비해 자금을 준비해둬야 하는 부담도 있다"며 "달러-원 환율이 내려가면 환전 비용도 낮아져 그만큼 채권 투자 여력도 더 생길 것 같은데 1,400원대가 유지되면 아무래도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C공제회 관계자도 환율 부담이 크다며 연초라고 특정하기보다는 환율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C공제회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8월 초만 해도 1,200원 후반대였는데 갑자기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환전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며 "달러화로 약정된 투자 건이 많은데 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채권은 들여다볼 여유가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가 되면 자급집행 계획을 세우니까 어느 정도로 투자할지 윤곽이 다시 나올 것이고 채권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환율이나 시장금리 같은 외부 변수가 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https://newsimage.einfomax.co.kr/PCM20211203000015051_P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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