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위험①] 달러강세에 주가하락까지…증권사 ELS 공포 '고조'
<<※편집자주: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함께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인 탓에 세계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운용과정에서도 파열음이 들립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달러-원이 급등하는 시기에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포지션을 점검하는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이규선 기자 =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세계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참가자는 증권사가 ELS 헤지자산으로 보유한 선물·옵션에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요구)과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달러-원 상승에 증거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 등으로 시장이 패닉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 ELS 미상환 발행잔액 증가세…달러-원 상승에 부담 '배가'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ELS 미상환 발행잔액은 68조7천442억원으로 전년 동기(53조1천107억원) 대비 29.4% 증가했다.
직전 분기(67조1천383억원)보다는 2.4% 늘었다. ELS는 개별주식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미상환 발행잔액이 늘었다는 건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ELS 성과부진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통화긴축과 맞물려 있다. 올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오프(Risk off·위험회피)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세계 주가지수가 하락했다.
ELS 기초자산 중에서 홍콩H지수(HSCEI)는 지난 27일 5242.86(종가)을 기록하며 연초(8,188.76)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24일엔 7.30% 급락했다. 중국 시진핑 3기 출범을 둘러싼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초자산이 홍콩H지수인 ELS 중 녹인이 5,500포인트 위인 상품비중은 26%다. 5,000~5,500포인트 사이에 있는 상품비중은 30%다.
이처럼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서 기관의 ELS 관련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기초자산이 해외 주가지수면 증거금을 외화로 납부해야 한다. 2020년 3월 중 증권사가 ELS 자체헤지 목적으로 해외거래소에 송금한 외화증거금은 약 10조1천억원이다.
◇ ELS 선물·옵션 손실 우려…"2020년 3월 재연가능성 높지 않아"
증권사 등 기관은 ELS를 발행하고 해당 위험을 회피한다. 주가지수선물을 매수해 델타를 헤지하고 풋옵션 등을 매도해 감마 등을 헤지한다. 델타는 기초자산가격이 1단위 변할 때 옵션가격의 변화 정도를 말한다. 감마는 기초자산가격이 1단위 변할 때 델타값의 변화 정도다.
녹인(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기 전에 기관은 롱감마 포지션이다. 주가지수선물이 하락하면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롱감마에선 주가지수선물을 추가로 매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증거금을 더 넣어야 한다. 주가지수 하락에 따라 풋옵션 매도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증거금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녹인을 친 후에는 숏감마 포지션으로 바뀌는데 기존의 풋옵션 매도를 정리하지 못하면 손실이 확대된다. 증권사 입장에서 ELS 종류가 다양하고 만기도 달라서 풋옵션 매도를 제때 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최근엔 조기상환이 되지 않더라도 만기 시 기초자산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일정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 출시된다. 여기선 옵션 등을 들고 갈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대부분 자체 헤지에서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말 ELS 자체 헤지 비중은 68.7%다. 백투백 헤지는 31.3%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홍콩H지수가 급락하는 등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ELS 손실 우려가 확대됐다"며 "달러 강세 속에서 증거금 납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3월처럼 시장금리가 뛰고 원화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ELS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처럼 ELS가 시장을 흔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2020년 7월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대응능력을 제고해서다.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은 ▲원화유동성비율 제도 내실화 ▲레버리지비율 규제 강화 ▲헤지자산 분산투자 등을 담고 있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홍콩지수 위주로 많이 하락해 증거금 추가 납입 부담이 늘어났다"면서도 "자체헤지 규모나 거래예치금 규모가 크지 않아 코로나19 당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도 코로나19 사태 재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홍콩증시 많이 하락했으나 그 정도는 보유 외화로 대응 가능할 것"이라며 "회사들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시장이 더 나빠져 급락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비상시국에 대응할 수 있게 훈련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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