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30bp 뛰었다' 한국물 발행 부담 심화…가로막힌 국내외 조달
'AA' 기업은행 이어 산업은행도 비용 급증…가파른 금리 상승, 불안감 고조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국내 채권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한국물(Korean Paper) 조달마저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이번 달 다수의 기업이 발행을 미룬 데 이어 간간이 달러채 조달에 나선 기업들은 시장 불안을 체감하고 있다.
31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달러채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선 KDB산업은행은 만기가 약 2년 8개월가량 남은 채권 가산금리(스프레드)로 미국 국채 2년물에 100bp를 더한 수준에 금리를 확정했다. 지난 6월 발행한 3년물 채권을 증액 발행(리오픈)하는 형태였다.
이는 IBK기업은행이 2년물을 70bp에 찍은 지 일주일여 만에 재개된 한국물 조달이었다. KDB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의 지위 등을 바탕으로 한국물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에서 가파른 비용 상승과 더불어 세자릿수로 뛰어오른 스프레드가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A급 기업들은 달러채 발행 시 3년물 이상 트랜치(tranche)를 선호했다.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50bp 안팎을 더하는 수준에서 정해졌다. 일부 반환경 논란 등에 휩싸인 AA급 공기업을 제외하면 전 트랜치(tranche)에서 세자릿수 스프레드는 보이지 않았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매크로 리스크가 겹치며 시장은 달라지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발행사는 기관이 선호하는 3년 미만 단기물로 트랜치를 설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싸늘해지고 있다. 2년 이하 단기물로 트랜치를 설정해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아지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2년물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에서 이전보다 주춤해진 주문을 확인했다. 해외채권은 주관사가 물량을 인수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IBK기업은행의 경우 일부 물량을 해당 방식으로 소화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장 분위기는 점점 더 얼어붙고 있다. 이달 IBK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 유통금리는 단기간 내 100bp 턱밑까지 치솟았다. 한국물 전반적으로도 호가를 높여 매도 의지를 드러내도 거래가 쉽사리 체결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뒤이어 발행에 나선 KDB산업은행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물 스프레드 부담의 이유로 '차이나 런(china run)'과 유통시장 부담 등을 지목하고 있다. 시진핑 3기 출범과 함께 중국물은 물론 아시아물 전반에 대한 투자 외면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IBK기업은행 등 일부 한국물의 유통 금리가 치솟으면서 연쇄적인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고 신용도인 AA급 발행사조차 녹록지 않은 투자 심리를 확인한 터라 이하 크레디트물과 사기업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경우 높은 신용도는 물론 공적 기관이라는 특성 등을 바탕으로 타 발행사 대비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아왔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이제는 한국물 시장 또한 조달 비용을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발행 자체가 가능할지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물 발행이 가로막힌 가운데 조달처는 론(loan) 차입 정도만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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