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채 발행 목표 또 수정…자금조달 어쩌나
금융당국 "은행채 발행 최대한 늦춰라"
기존 계획에서 줄이고 더 줄여야…조달 창구 꽉 막혀 난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시중은행들이 정부 요청에 따라 연말까지 계획된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멈춘 가운데 예·적금 유치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를 한 달 남겨두고 자금조달 목표를 재수정하고 있다.
핵심 자금조달 창구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최소한의 은행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금융당국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은행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면서도 자금을 어떻게 끌어모아 운영해야 할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에 올해 은행채 발행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발행이 불가피할 경우엔 그 규모와 시기를 사전 보고·조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23일 정부의 시장안정대책 발표 이후 5대 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단기자금시장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섣불리 은행채 발행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규모 은행채가 발행될 경우 시장에 안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아직은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기 섣부른 만큼 상황이 지켜봐 가며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 1일 금융지주 차원의 95조원 유동성 공급대책 발표 당시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은행채 축소 발행 계획보다도 더 규모를 줄여 시행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당초 연말까지 계획했던 은행채 발행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보고했음에도 일부 은행은 조 단위의 은행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은 당초 올해 51조 원 규모의 은행채 발행 계획을 세웠고, 현재 남은 규모는 8조9천700억 원이다.
국민은행 3조3천500억 원, 하나은행은 2조5천억 원, 우리은행은 3조1천200억 원의 발행 예정 금액이 남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예고한 은행채 12조 원을 전부 발행한 상태다.
내년 10월까지 14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기존 발행 계획에서 줄이고 또 줄이더라도 일부 은행은 연말까지 조 단위 발행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를 고려하면 최소한의 차환 발행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들 입장이다.
연합인포맥스 채권 일자별 만기 종목(화면번호 4207)에 따르면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를 맞는 4대 시중은행의 은행채 규모는 6조4천500억 원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2조5천300억 원, 신한은행이 2조1천900억 원, 국민은행이 1조700억 원, 하나은행이 9천600억 원이다.
만기도래분 가운데 차환하지 못하는 부분은 예수금 등 다른 조달로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계획이 틀어졌다.
금융당국이 자금 쏠림을 우려해 은행들의 과도한 예·적금 금리 인상을 통한 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대신 예·적금 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만 쏠리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유동성이 마르고 채권시장 경색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은행들 입장에선 은행채와 예·적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모두 막혀버린 셈이다.
A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금융당국에 연말까지 최소한의 은행채 발행을 허락해줘야 오히려 시장 기능이 왜곡되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시원한 답은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말·연초엔 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 자금 조달이 더욱 중요한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B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에 협력해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예·적금 유치 외엔 자금조달 방법이 없다"면서 "연말까지는 어찌 버티겠지만 자금 경색 상황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마냥 정부 조치에 따르기만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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