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 국내채권 비중 확대로 전략 선회…8천억원 투입 대기
3高 시대 대응 전략…당국 기조와도 발맞추는 효과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국내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전략을 수정한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이른바 '3고 시대'로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해외자산을 매각해 환차익을 실현하고 금리가 튄 국내채권을 저가 매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최근 열린 자산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반영한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안(2023~2027년)을 심의·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된 중장기 자산배분안은 연금운영위원회에 보고된 후 자산운용지침(IPS)에 반영된다.
이번에 수립되는 중장기 자산배분안의 핵심은 고금리·고환율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달러-원 환율이 올해에만 200원 넘게 급등했던 상황에서 해외자산을 빠르게 매각해 환차익을 누리고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금리가 급등한 국내채권에 더 투입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사학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위주로 해외자산을 매각할 방침이다.
관건은 국내채권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늘리느냐이다. 시장에선 사학연금이 내년 국내채권 목표 비중을 현재보다 4%포인트 내외로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의 자금운용 현황을 보면 작년 말 기준 국내채권의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29%를 차지했다.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상 올해 국내채권의 목표 비중은 30.3%였다. 여기서 국내채권 비중을 4%포인트가량 늘린다면 목표 비중은 3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34%까지 국내채권 비중이 늘어나면 이는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학연금은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국내채권 비중을 축소하는 기조였고 국내채권 목표 비중은 2017년 41.7%에서 2021년 28.7%까지 줄었다. 하지만 고금리로 상황이 돌변하자 다시 국내채권 비중을 늘리면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학연금이 국내채권 비중을 4%포인트 내외로 늘리면 최대 8천억원 넘는 자금이 국내채권 시장에 추가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작년 말 기준 사학연금의 전체 금융자산은 23조5천209억원이고 올해 말에는 수익률 하락으로 22조원 중후반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기준을 22조~23조원으로 잡으면 그중 4%는 8천800억~9천200억원이 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가격이 변동하면 그에 따라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배분하는 자금도 달라지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 채권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사학연금의 국내채권 비중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투입되는 자금도 줄게 될 것이다. 다만 전체 운용자산과 목표 비중을 고려하면 8천억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 대기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은 시장에 기대감을 줄 수 있다.
사학연금은 내부적으로 이같이 전략을 수정한 뒤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자 사학연금은 전술적 자산배분 차원에서 3천억원 규모의 해외채권과 해외주식을 처분해 환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이 자금의 절반은 AAA등급의 국내채권을 5% 중후반대 금리로 매입하는 데 들어갔고 나머지 자금은 코스피지수 2,100선에서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데 활용됐다. 그 뒤로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고 코스피가 2,400선까지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베스트 타이밍'이었다.
사학연금의 전략 변화는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최근 기조와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말부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채권과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주요 연기금에 환헤지 비율 상향과 채권 적극 매수를 요청하던 터였다.
사학연금은 당국의 협조 요청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전략 변화를 결정하고 행동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로 당국의 취지에 부합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된 셈이다. 기재부를 비롯한 당국으로서도 사학연금이 전략 변화로 효과를 본 만큼 최근의 기조는 막무가내 압박이 아니라 시장 여건을 고려한 요청이었다고 할 말이 생기게 됐다.
연기금 관계자는 "당국 요청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요청 내용 자체는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도 일리가 있고 납득가는 부분이 있다"며 "달러화를 팔고 국내채권을 사는 방향은 외환시장 안정화나 자금시장 경색 완화 측면에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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