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바뀔 수도"…정부 외환수급대책에 '경고' 목소리
정부, 공적해외투자기관에 환헤지 비율과 해외투자 조정 요청
달러-원 오르면 환헤지 평가손실 '위험'
개별 기관 외환정책에 간섭해 투자성과 훼손 우려
달러 강세기조 바뀌어 큰 문제 없다는 의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최근 정부가 달러-원 환율 안정을 위해 연기금 등 공적 해외투자기관에 환헤지 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을 요청한 것을 두고 정부가 외환시장 흐름과 개별 기관의 투자성과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요청에 따라 연기금 등이 환헤지 비율을 확대했다가 향후 달러-원이 상승하면 환헤지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또 개별 기관이 내부 외환정책에 따라 환위험을 회피하고 해외투자를 진행하는데 정부가 이를 조정하면 개별 기관의 투자성과가 훼손될 수도 있다.
반면 달러 강세국면이 끝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 연기금이 환헤지를 확대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달러-원 하락 추세…상승 재개 시 환헤지 평가손실 우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9일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3.60원 내린 1,326.60원으로 장을 마쳤다.
달러-원은 지난달 25일 1,444.2원(연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11일 59.1원 하락했고 24일 23.6원 내렸다.
11일엔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왔고 24일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됐다. 모두 달러-원 급락을 이끈 재료다.
최근 중국발(發) 위험회피 심리에 달러-원이 일부 반등하기도 했으나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최근 달러-원이 내려간 시점에서 정부가 외환수급 대책을 추진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기금 등이 환헤지 비율을 확대했다가 달러-원이 재차 오르면 환헤지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요 공적 기관의 환헤지 비율을 확대하고 해외 투자계획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주무 부처를 통해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재부의 외환시장 수급대책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기금 등 공적 해외투자기관은 투자국가의 통화강세를 예상하고 투자한다"며 "각자 시장상황에 따라 헤지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환헤지 비율을 상향하면 투자성과가 훼손됐을 때 누가 책임지냐"고 말했다.
은행 한 딜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는 최근에도 매파 입장을 견지한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재개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 같은 레벨에서 에셋스와프를 잡은 후 달러-원이 오르면 평가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 "개별 기관 외환정책·투자성과 고려해야 VS 달러 강세 꺾였다"
개별 기관마다 외환정책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조정한다면 개별 기관의 투자성과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와 외화단기자금의 외환익스포저를 헤지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외환익스포저 규모는 외환익스포저의 ±5%포인트 이내에서 환율변동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 내부평가기관이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환효과를 분석한 결과, 비헤지 정책이 기금 전체로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확인됐다. 따라서 현행 환헤지 정책을 성급히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수익률 마이너스(-) 7.06%를 기록했는데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은 수익률 하락 폭을 축소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달러 강세기조가 한풀 꺾인 만큼 환헤지 규모를 키우더라도 나쁠 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JP모건 자산운용과 모건 스탠리 등 달러 강세전망을 견지했던 기관이 달러 강세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물가압력이 낮아지면서 연준 긴축이 더 진행될 것이란 베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11월 FOMC 회의록도 이 같은 관측을 일부 뒷받침했다. 의사록에서 상당수 참석자는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는 게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매도포지션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레벨에 따라 환헤지 비중을 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기금 등이 정부 요청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으니 크게 문제될 일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는 달러-원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연기금이 정부 요청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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