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투자청 눈치 보는 시장…현금 필요한 공제회도 '난감'
  • 일시 : 2022-12-02 12:51:01
  • 싱가포르투자청 눈치 보는 시장…현금 필요한 공제회도 '난감'

    GIC, 부동산 시장서 손 거둬…아쉬운 공제회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하반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하던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최근 손을 거두면서 주요 공제회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공제회들이 알짜 빌딩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냉각된 시장에 GIC마저 발길을 돌리자 흥행이 식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GIC 빌딩 투자 '급브레이크'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GIC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를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GIC는 올해 들어 여의도 IFC, 신한금융투자 사옥, 명동 티마크호텔 등 굵직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고 자산운용사나 투자은행, 자문사들이 가장 먼저 투자 의사를 타진해보는 '탑픽'이었다. GIC는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7월 신한금투 사옥을 6천395억원에 인수할 때도 3천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IF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가장 유력한 출자자로 고려된 곳이 GIC였다.

    올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대부분의 투자자가 지갑을 닫는 상황에도 GIC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싱가포르달러(싱달러)의 강세였다.

    싱달러와 원화 간 환율은 올해 초 85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지난 10월 말에는 1,106원까지 튀어 올랐다. 전 세계적인 '킹달러' 흐름 속에 싱달러도 올해에만 원화 대비 가치가 30%나 급등했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 등을 환차익으로 상쇄 가능했던 GIC는 다른 국내 투자자와 달리 거리낌 없이 빌딩 매물에 입찰할 수 있었다. 상당수 투자자가 발을 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매각자들도 어쩔 수 없이 GIC만 바라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11월 들어 GIC의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싱달러의 강세가 꺾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싱달러-원 환율은 10월 말 고점을 찍은 뒤 11월 중순 960원까지 단기간에 13%가량 급락했다. 지난달 주요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달러화 대비 강세로 돌아서면서 싱달러도 이런 흐름에 휩쓸린 것이다.

    960원대 환율은 연초 대비 12% 정도 오른 수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고금리 환경을 고려하면 GIC가 과감하게 나서기엔 망설여지는 레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동성 필요한 공제회들은 난색

    큰손 GIC가 손을 거두면서 현금 마련에 여념이 없는 주요 공제회도 유탄을 맞게 됐다. 알짜 부동산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가뜩이나 시장이 안 좋은데 GIC마저 투자를 쉬면서 당분간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행정공제회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행정공제회는 판교의 알짜 사무용 빌딩인 '알파돔타워'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알파돔타워가 포함된 판교역 알파돔시티 단지에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형 IT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 알짜 매물로 불린다.

    알파돔타워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맵스 부동산펀드를 통해 소유 중인데 행정공제회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당초 알파돔타워를 보유하고 있던 행정공제회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건물을 매각하고 펀드의 출자자로 남아 있다.

    알파돔타워 매각이 시작된 11월 초 시장에선 매각가가 7천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면적 3.3㎡당 2천70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앞서 행정공제회가 2020년 말 알파돔시티 내 카카오판교아지트의 우선수익권을 매각할 때 3.3㎡당 2천600만원정도를 받은 점을 고려한 예상가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데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적정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역 인근의 오토웨이타워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교직원공제회도 GIC의 행보가 아쉽긴 마찬가지다.

    교직원공제회는 2014년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오토웨이타워를 3천90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난 10월 지분 50%를 매각하기로 했다. 유동성이 필요한 교직원공제회도 알짜 매물을 어쩔 수 없이 내놓아야 했다는 후문이 뒤따른다.

    그나마 지난주 게임업체 넥슨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교직원공제회는 현금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재무적투자자(FI)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전략적투자자(SI)인 넥슨이 향후 계획이나 인수금액 등 여러 조건에서 우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직원공제회가 급매물로 내놓은 만큼 애초에 원했던 가격으로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IC가 공격적인 원매자로 참가했다면 경쟁이 붙어 매각가가 더 올랐겠지만, GIC마저 발을 빼면서 교직원공제회는 '적당한' 후보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오토웨이타워의 건물 전체 가치는 6천억원 안팎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알짜 매물을 조기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공제회 사람들도 여럿이다. 알파돔타워의 경우도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매물로 나온 것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소유권을 계속 가져갈 수도 있었다는 시각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행정공제회의 경우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긴 하지만, 알파돔타워 같은 알짜 매물은 쉽게 구할 수 없고 두고두고 좋은 현금창출원이 될 것이라 이른 매각이 아쉽다"며 "당장 자금 관리가 필요하더라도 코어 부동산은 10~20년 가져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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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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