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외환시장 10대뉴스②]

◇이창용 총재 메시아로(?)…적중한 '상투론'
대내외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국은행 총재 한마디 한마디는 주목을 크게 받았다. 때로는 시장이 바라보는 달러-원 환율 눈높이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4월 취임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출입기자단과 만나, 원화 절하 폭이 달러인덱스 상승한 것이나 다른 통화에 비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엔화나 유로화 등을 비교하며 내린 원론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시 환율은 1,250원을 상향 돌파하며 급박한 순간을 보냈다. 달러 매수 세력과 당국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다소 뜬금없는 발언으로 읽혔다. 자칫 시장에 정책 대응 엇박자로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이 총재 발언은 시장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기도 했다. 환율이 1,440원대로 치솟을 때는 해외투자에 '상투(최고점에 매수)'를 언급하면서 환율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간담회에서 "환율이 1∼2년 시계에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시는 것은 잘못하면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본인들이 생각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환율 상승이 가파르다는 인식을 드러냈고, 환율은 1,300원대로 내려왔다. 이어 정부도 국민연금 등 주요 공적 투자기관을 향해 환헤지 비율 상향 등을 요청했다.
.◇역대급 무역수지 악화…환시 수급 지형 흔들리나
올해 무역수지는 급격히 적자로 전환하면서 달러-원 수급 지형을 뒤흔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는 이달 10일까지 474억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이자, 연간으로는 벌써 최대 적자 규모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는 국내 수출입기업의 실적이자, 역내 달러 수급 상황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보이고, 여행 등 서비스수지의 적자를 메워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수출은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부진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약화했고, 최대 교역국인 대중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러·우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급증했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출 둔화가 지속하면, 달러-원 하락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 향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액 감소가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및 반도체 경기 위축 등은 수출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달러보다 귀해진 원화…FX스와프 이상강세
통상 연말이면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모습이 올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원화 조달하는 비용이 커지는 등 외화자금시장 여건은 180도 달라졌다.
단기 FX(외환) 스와프포인트는 때아닌 상승세를 보였다. 한·미 정책 금리 역전에도 초단기물은 장기간 플러스(+)를 나타냈다. 1개월물은 마이너스(-) 폭을 0.10원까지 축소해 장·단기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그 배경에는 주요 은행권의 선제적인 달러 확보 노력이 있었다. 올해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예상되면서 유동성 경색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원화 자금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 얼어붙었다. 상대적인 원화 부족으로 달러 잉여 현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레고랜드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반에 불안감으로 번지며 원화 조달 여건을 악화했다.
◇점심도 잊은 외환당국…역대급 실개입도
연중 달러-원 환율이 시시각각 급변하면서 외환당국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히 공조해 과감한 정책 대응을 보였다.
환율이 수십 원씩 급등하는 날이 잦아지면서, 당국은 역대급 실개입을 단행했다.
올해 2분기(4~6월) 중 당국에서 환시 안정화를 위해 순매도한 규모는 집계 이래 최대 규모인 154억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내역은 오는 12월 말에 나온다.
실개입 규모만큼이나 당국의 개입 방식도 변화무쌍했다.
특정 레벨을 방어하지 않고, 변동성 상황에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이 주를 이뤘다. 다만 장 막판에 종가 개입을 통해 효율적으로 레벨 상승 속도를 제어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락 폭탄'이라고 불린 과거 방식처럼 장이 얇은 점심시간에 대규모 개입에 나서면서 명확한 시장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지원해 시장에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FX(외환) 스와프를 체결해 시장에서 달러 조달 부담을 경감했다.
이러한 실개입을 비롯한 환율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점심마저 도시락 등으로 해결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인 걸로 전해졌다.
◇늦어진 환시 선진화…내년엔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국에서 추진하는 환시 선진화 정책은 일정 부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3분기 중으로 공개하기로 한 발표 일정은 잠정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당국은 시장과의 약속인 만큼, 내년 초에는 구체적 안을 발표할 것이란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재부는 그간 서울환시에서 현물환 거래 시간을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해외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근거나 방식 등도 논의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는 '신 외환법'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자본거래의 사전신고 폐지 및 금융기관의 업무범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으로 꼽힌다. 내년에는 법문 개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외환시장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도입도 본격화했다. 이미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이 API 거래가 가능한 가운데 내년 초를 목표로 대대적인 API 출범을 예고한 곳도 있는 상황이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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