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왜 갑자기 정책 수정했나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정책을 수정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 보유국채 급증과 시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에 중앙은행이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전에 정책을 미리 수정해두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 과도한 국채 보유에 부담 커져
이날 일본은행은 장단기 정책금리를 유지하면서도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정책을 바꿀 것이란 예상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이와증권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며 "시장이 내년 정부와의 공동 성명 개정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경계를 푼 사이에 일본은행이 정책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한 이유는 우선 일본 국채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폭을 50bp로 축소하긴 했지만 긴축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해 일본 국채 금리는 계속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지난 9월부터 상단인 0.25% 부근에서 움직였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50.3%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과도한 국채 매입이 시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일본은행이 정부의 빚을 대신 떠안는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일본은행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정부 부채가 더욱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S&P글로벌은 "일본은행이 채권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정책을 지속하긴 어렵다"며 "정책 재검토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주요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올해 엔화 가치가 급락했고 향후에도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시다 정권에 악재로 작용해왔다. 시장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일본은행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 "내년 美 금리 인하 의식한 행보" 해석도
일본은행이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의식해 서둘러 정책을 수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봄 일본은행 총재 교체 이후에 정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는데, 굳이 이 타이밍에 움직인 것은 향후 미국 경제가 더욱 감속해 일본은행의 정책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에다 에이지 전 일본은행 이사는 "만약 내년 미국이 가혹한 경기 후퇴 국면에 진입해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일본은행은 엔고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정책 수정을 위한 자유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연준이 정책을 선회해 금리를 내리면 엔화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실제 과거에도 미국 금리를 내리는 국면에서는 일본은행이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엔고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은 조기 금리 인하 관측을 견제하고 있지만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중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은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도 일본은행의 정책 변경에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책을 수정하는 편이 엔화 강세를 제한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내년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번 조치가 금리 조작의 자유도를 높이는 포석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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