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기습 정책변화…국민연금에 미치는 여파는
  • 일시 : 2022-12-21 13:22:27
  • 일본은행의 기습 정책변화…국민연금에 미치는 여파는

    日 채권 9조원 이상 보유…금리인상 장기화는 불안 요인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일본은행(BOJ)이 지난 20일 장기물 국채금리의 통제 상한선을 전격 인상하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가운데 국민연금도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로 일본 장기물 국채금리 급등하고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와 함께 미국 국채금리도 오름세로 돌아서고 달러화 강세도 약해지면서 국민연금도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동참하지 않던 일본마저 사실상 금리를 올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심리 회복에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1%는 日 채권…타격 없지 않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전날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10년물 일본국채의 금리 상한선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0% 정도로 상향 조정했다. 10년물 금리 목표치는 0% 부근으로 유지하지만,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하면서 일본은행의 핵심 정책인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10년물 국채금리가 0.5% 안팎까지 튀어도 일본은행이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시장은 사실상 소폭의 금리 인상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허용범위 확대가 금리 인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10년물 일본 국채금리는 이틀 새 0.24%에서 0.46%까지 급등하며 그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달러-엔 환율도 하루에만 5엔 넘게 급락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5.27엔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달 10일 5.29엔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일본은행의 사실상 금리인상이라는 해석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국민연금도 이같은 변동성으로 타격이 없는 게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해외채권 중 일본 채권의 비중은 13%로 미국 채권(37.6%) 다음으로 크다.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투자규모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70조3천억원이다.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일본 채권 투자액은 9조1천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전체 국민연금 기금이 약 90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금의 1% 정도는 일본 채권인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이 일본은행의 예상 밖 조치로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되게 됐다. 일본 국채금리의 목표치 이탈 허용범위가 넓어진 만큼 채권가격의 하방 범위도 더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일본은행도 금리인상 흐름에 동참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일본국채 매수세도 약해져 국민연금은 평가손이 확대되거나 쉽사리 저가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은행이 추가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물타기'에 나섰다간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마저 백기 들었다는 게 더 큰 문제

    이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초저금리를 고수하던 일본은행마저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결국 동참하게 됐다고 시장이 인식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올해 말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도표로 이를 일축하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그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과 보조를 맞춘 데다 일본은행마저 금리인상 신호를 보냄에 따라 긴축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는 수익률 회복이 시급한 국민연금으로선 달가운 흐름이 아니다.

    원종현 국민연금 투자정책위원장은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를 보면서 시장은 '일본마저도 금리를 올리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 안정에 시간이 걸리겠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이고 일본은행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원 위원장은 "주요 중앙은행 사이에서 점차 미국 금리에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는 것 같다"며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면 각국이 취할 조치가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고 글로벌 금리환경의 기저에 변화가 생겼으니 국민연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은행이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베팅은 '손해 보는 베팅'이었고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의론자들이 승리했다"며 "그런데도 정책변화 시점은 시장에 '서프라이즈'였다"고 전했다.

    일본마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다시 상승세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긴축에 가장 미온적이었던 일본마저 백기를 든 만큼 전 세계 채권금리의 장기 상승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이번 달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시장에 있었는데 오히려 단단한 금리인상 의지만 재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 일본은행마저 금리인상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가면서 채권금리 상승세가 짧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와 다른 점은 글로벌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더라도 달러화 강세는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의 정책변화에 맞춰 전통적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는데 이런 환경은 국민연금에 더 좋지 않다.

    국민연금은 미국 주식이나 채권가격이 하락해도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손실을 일부 상쇄해왔다. 하지만 엔화 강세로 안전통화 매수세가 분산되는 상황에서 미국 채권금리마저 튀어버리면 환차익으로 상쇄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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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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