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제이미 다이먼이 월가의 구루인 이유
(뉴욕=연합인포맥스) 앞일을 예측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자산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월가가 금융전문가의 천문학적인 보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가 인물 가운데 JP모건(NYS:JPM)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봉만 3천450만 달러에 이른다. 한화로 440억 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 제이미 다이먼이 월가의 '구루'인 까닭
거액의 연봉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제이미 다이먼이 이른바 '몸값'을 했다는 시선이 많다. 다이먼이 월가의 구루(GURU:힌두교, 불교, 시크교 등의 종교에서 스승을 일컫는 용어)로 연초에 보여 줬던 예측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6~7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은 테이퍼링에 대한 윤곽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당시 "내 견해는, 네 차례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며 "여섯 번, 혹은 일곱 번의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예측은 거의 100% 현실화했다. 연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방기금금리(FFR) 목표치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인상했다. 올해 들어 7회 연속 인상이었다.
연준은 지난 6월에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인 75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4회 연속 같은 폭으로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 4회 인상에서만 무려 300bp를 올렸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 25bp, 5월에 50bp씩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올해 초반에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7회의 인상으로 425bp나 오르면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인상 속도 기준으로도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다.
◇ 경제학자의 동네북 신세가 된 제롬 파월
지난해 이맘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해서 연준이 이렇게 다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일시적(transitory)인 현상이라고 워낙 자신감을 가지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서기보다는 자산 가격 상승만 부추겼다. 그는 금리 인상이 무차별적으로 작용해 결국은 저소득층에만 충격이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은 인플레이션이 일종의 세금과 같아서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된다고 가르친다.
급기야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도 부족한 논거를 바탕으로 너무 느긋했던 탓이다.
래리 서머스는 당시 파월 의장이 고용시장 부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논거를 찾는 데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970년대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을 때도 고용 상황과 인플레이션은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며 연준이 하루빨리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면모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준이 완화적 정책으로 불평등 부추겨
연준은 올해 2월까지 고용시장의 슬랙(유휴자원)이 아직 크고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보다 일자리의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며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했다.
연말에 보니 저소득층을 걱정했던 파월 의장 등 연준은 정작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게 짐을 지웠다. 저금리 기조를 너무 오래 유지한 탓에 치솟은 집값이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뒤부터 부의 불평등 정도가 오히려 줄었다는 실증적 분석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울프 스트리트의 울프 라히터는 연준과 상무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년 말부터 2022년 3분기까지 가구당 평균 부의 변화를 집계한 뒤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연준과 상무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울프 라히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소득 상위 0.1%의 평균적인 부는 1억3천240만 달러에 이르고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재산이 9% 쪼그라들어 1천300만 달러가 줄었다. 상위 1%는 평균 1천930만 달러의 부를 소유했고 11.2%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240만 달러를 잃었다. 차상위 9%는 440만 달러의 부를 평균적으로 보유했고 5.8%가 자산이 줄어 26만9천 달러를 잃었다. 하위 50%는 7만800달러의 부를 평균적으로 보유했고 해당 기간에 18.1%가 늘어 1만800달러의 이득을 봤다. 나머지 40%는 76만8천 달러의 부를 평균적으로 보유했고 2.1%가 쪼그라든 1만6천500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울프 라히터는 "소득 하위 50%는 주식과 뮤추얼 펀드를 거의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폭락에도 당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처음부터 불평등을 부추기는 데 기름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연준이 양적완화를 되돌리고 긴축적으로 금리를 운용하면서 모든 자산의 거품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은 지난 몇 년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초래한 끔찍한 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본보 2022년 12월22일자 '울프 스트리트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부의 불평등 줄였다' 기사 참조>
연준의장의 말을 믿었던 투자자에게 올해는 정말 고단한 나날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다이먼이 맞았고 파월은 틀렸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연준을 믿고 따른 모든 투자자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으면 좋겠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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