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시 안정에도 대규모 달러 현금 보유…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대규모 달러 현금 보유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아직 자신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금성 자산을 여유롭게 보유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급박한 외환시장의 불안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현금 보유에 따른 수익 기회의 상실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에서 현금에 해당하는 예치금은 약 2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7월 말 308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예치금이다. 지난달 전체 외환보유액 중 예치금 비중은 6.9%에 달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보유액 중에서 예치금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9월 말 142억 달러, 전체 보유액 중 3.4% 비중이던 예치금은 10월에 283억달러, 6.4%로 늘었다. 11월에는 267억달러로 금액이 다소 줄었지만, 보유액 중 비중은 6.4%가 유지됐다.
한은은 달러-원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 불안 심화로 달러 매도 개입 자금을 현금으로 보유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보유액 중 현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점에도 한은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하는 유가증권은 즉각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금보유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시장 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현금 부족'과 같은 지적이 회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 셈이다.
달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급속도로 하락하며 안정을 찾았다. 달러-원은 1,450원 선을 넘보던 데서 지난해 연말에는 1,260원대로 200원 가까이 급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오히려 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하락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환율이 점차 안정되면서 우려와는 달리 외환부문의 불안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11월부터 외환시장의 불안이 상당폭 해소됐음에도 한은이 대규모 현금 보유를 이어가면서 '기회비용'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현금을 보유하면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할 때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은이 금리 경로 전망에 따른 전략적인 이유가 아니라 혹시나 있을 달러 매도 개입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현금을 늘렸던 만큼 수익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0월 말 4.25% 부근까지 치솟았던 데서 최근 3.75% 부근으로 대폭 하락했다. 미 국채에 투자했다면 상당폭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환시장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중"이라면서 "기회비용 문제도 있지만, 한도 내에서 유연하고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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