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부총재 혹은 제3의 인물…차기 BOJ 총재 인선에 쏠린 눈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엔화 강세가 올해 외환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향후 엔화 향방을 좌우할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말 수익률곡선제어 정책(YCC)에 변화를 줘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일본은행이 올해 출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행 차기 총재 인선과 관련해 시장이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 아마미야·나카소, 유력 후보로 꼽혀
7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는 올해 4월 8일 만료된다. 차기 총재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다.
일본은행 내에서 여러 요직을 거친 아마미야 부총재는 양적·질적 금융완화 등 핵심 금융정책을 설계하는 데 깊이 관여해 '미스터 BOJ'로 불리는 인물이다. 정관계 인맥도 상당히 넓다.
나카소 전 부총재는 리먼 사태와 금융위기 때 현장 업무에 관여해 금융시스템과 시장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시장위원회 의장도 맡은 적이 있어 해외 당국과의 관계가 두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아마미야는 올해 3월 19일 부총재 임기가 만료되며, 나카소는 지난 2018년 일본은행을 떠나 현재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아마미야는 정부 측에서 차기 총재에 걸맞다는 평가가 나오는 인물이다. 닛케이퀵(QUICK)뉴스가 일본은행 정책을 분석하는 시장 전문가(일본은행 워처)를 대상으로 작년 9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8명 가운데 15명이 차기 총재로 아마미야를 꼽은 바 있다.
구로다 총재 아래에서 금융정책 설계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원만한 인계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카소의 경우 현재 정책 위원회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 정책에 속박되지 않고 재검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지지통신이 지난 11월 29일~12월 1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4명 가운데 12명이 나카소가 차기 총재로 어울린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차기 총재 인사안을 대체로 2월에 제시해왔기 때문에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아마미야·나카소는 후보 중 일부일 뿐"
아마미야 부총재와 나카소 전 부총재가 유력 후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副)장관은 최근 한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미야와 나카소를 차기 총재 후보의 일각(一角)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하라 부장관은 "두 명 모두 금융정책에 정통해 자질이 있다"면서도 "후보가 이들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재 후보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대응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 총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며 "(후보가) 2~3명은 아니지만 20~30명이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마미야와 나카소 외에 재무성 출신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산케이신문과 닛칸겐다이는 전 일본은행 부총재였던 야마구치 히로히데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경영위원장이 제3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설문조사에서 와카타베 마사즈미 부총재도 후보로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 여성 총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아마미야와 나카소가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소극적이라는 소문도 나왔다. 일부 일본은행 OB들이 두 인사가 깊숙이 관여해온 양적·질적 금융완화에 비판적이고, 기시다 정권이 아베노믹스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이들을 기용하는데 신중해졌다는 시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 진퇴양난 BOJ…"시장 대혼란 우려 지속"
일본은행 차기 총재의 임무는 막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물가 상승목표를 2%로 정하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을 재검토할지 여부 등을 포함해 새로운 일본은행 총재와 (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미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2월 10년 만기 국채 금리 변동 허용폭을 0.25%에서 0.50%로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탈피와 YCC 재검토 등의 추가 정책 수정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일본은행을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다.
작년 엔화 가치의 급락, 채권시장 기능 약화,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을 통해 정부의 빚을 대신 떠안는다는 '재정 파이낸스'에 대한 비판 등을 고려하면 현행 초완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 둔화,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조절, 최근의 엔화 강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금리 상승에 따른 일본 정부의 재정부담 가중 등을 고려하면 작년 하반기에 비해 정책을 크게 바꿔야 할 유인도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섣불리 정책을 수정하다 영국 금융시장 혼란과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장기간 지속해 온 금융완화 정책을 선회하든, 반대로 시장 예상을 깨고 완화 정책을 지속하든 시장의 반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재가 상당한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지지통신의 설문조사에서 차기 총재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시장과의 대화능력 및 이해력'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YCC가 정책의 축이 되고 있는 이상 시장과의 대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대혼란의 불씨가 계속 날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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