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기조 끝났나] 인하 논쟁 국면으로…결국 또 '부동산'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한종화 기자 =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연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의 중심축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여부는 결국 부동산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금통위 이후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이제 금리 인하의 시기가 언제일지로 쏠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말을 예상하고, 만약 올해 동결로 마무리하더라도 내년에는 한은이 확실히 금리 인하기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하방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전세가 하락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1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며 4분기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연말이든 내년이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시점을 지금부터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고채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인 3.5% 밑으로 내려갔는데, 역캐리를 너무 오래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한은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경기로 확실히 옮겨왔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인 1.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리를 인상한 배경에 대해 지난 11월에는 '외환부분의 리스크'가 언급됐는데 이번 결정에서는 아예 그 문구가 사라졌다.
강승원 연구원은 "삼원 불가능성 정리에 따르면 모든 중앙은행은 환율 정책과 통화정책 간 우선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며 "한은은 '외환 부문 리스크' 문구를 삭제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내 요인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삼원 불가능성은 환율의 안정,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본이동의 자유화라는 개방 경제의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모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경제학의 이론이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사실상 환율의 안정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한은이 작년에는 환율 안정을 위해 빅스텝(50bp 인상)을 밟는 등 불가피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올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정책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준금리 동결이나 인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며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준금리 인하의 또 다른 근거는 부동산 경기의 위축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그 자체로도 실물 경기에도 위축 효과를 낸다. 그러나 시장의 생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에까지 미치고 있다.
총선이 내년 4월에 있는 만큼 연말까지 부동산이 살아날 기미가 없다면 금리 정책의 시차를 고려해 정부와 여당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에 있어 공식적으로 정치적 요인을 고려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총재도 부동산 시장의 둔화에 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고, 규제 등 정부 정책과 제한적인 유동성 대책으로 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물가안정에 정부와 한은이 인식을 같이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먼저 부동산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이 오면 물가 안정을 위해 조금 더 지켜보자는 한은과는 입장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과거부터 독립성 논란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도 정치적 고려에서 통화정책을 자유롭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 발언부터 잊을 만하면 나오는 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사용 논란까지, 한은 통화정책이 외부의 입방아에 오른 적은 부지기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경기의 흐름이 통화정책의 열쇠라고 본다"며 "현재의 부동산 매물 거둬들임 및 매도호가 상향에 매수자가 추격매수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부진이 지속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서 금리 인하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연내에 한은이 결국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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