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채권 사자 열풍…원화·외화채 두고 고심 깊어진 발행사
스프레드 축소 가속, 스와프 비용 증가…역내 주목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윤정원 기자 = 글로벌은 물론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기관들의 매수세가 거세지면서 달러화 조달 등을 준비했던 발행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세가 가팔라진 데다 최근 통화스와프(CRS) 금리 상승 등으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비용마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국내외 시장 훈풍으로 발행사들의 행복한 고민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 세계 채권 매수 열풍…원화채 조달 메리트↑
17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전일 신세계(AA)는 1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조6천950억 원의 주문을 모았다.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2년물과 3년물 스프레드는 모집액 기준 동일 만기 민평금리보다 각각 45bp, 54bp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연초부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KT(AAA)는 2년과 3년, 5년물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통해 증액 발행을 하고도 모든 만기물 모두 동일 만기의 민평 금리보다 50bp 이상 낮은 스프레드를 달성했다. 뒤이어 투자자 모집에 나선 AA급 기업 대부분도 민평보다 두 자릿수 낮은 금리로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달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선 한국수출입은행(무디스 기준 Aa2)과 포스코(Baa1)와 SK하이닉스(Baa2) 등이 달러채 시장에서 각각 10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확보했다.
지금이 금리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관들이 채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시장 불안 등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대기수요 등이 더해지면서 매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국내 시장의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졌던 여파다. 달러채와 비교해도 가파른 금리 하락에 한국물(Korean Paper) 조달 등을 고심했던 발행사들은 원화 시장 또한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 달러채 북빌딩을 준비했던 현대캐피탈(Baa1)은 발행 연기 가능성 등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조달 비용이 일종의 원가로 직결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라는 점에서 발행 금리 등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은 달러채 조달을 미루고 앞서 발행한 스위스프랑 채권과 원화채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달러채 시장 또한 역대급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조달처 다변화 등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원화채 발행 금리가 민평 대비 50~60bp 이상 낮아지면서 달러채를 준비했던 곳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원화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가 출렁일 때 조달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달러채 호황기에 전략적으로 해당 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와프 비용 증가에 외화채 발행 메리트는 '뚝'
최근 치솟는 CRS 금리도 달러채 발행 메리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해당 비용 증가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CRS·IRS(화면번호 2403)에 따르면 지난 10일 CRS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3.5%, 3.36%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CRS 금리는 국내회사의 해외 발행을 통한 원화 조달로 대표되는 부채 스와프와 중공업 환 헤지 혹은 보험사 해외투자자산 환 헤지 수요로 대표되는 에셋 스와프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는 부채 스와프는 활발했지만 해외 투자 감소로 에셋 스와프는 줄어들면서 CRS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시중 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보험사는 돈이 없고, 기관의 해외 투자는 줄고 최근에는 원화채 금리마저 높아 원화채 매력이 높다 보니 에셋 스와프 물량이 줄었다"면서 "동시에 지난주 포스코 등 외화채 발행이 증가해 부채 스와프는 활발해지면서 CRS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외화채를 발행하려면 외화채 발행 후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금리가 회사채 금리보다 더 낮아야 하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외화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발행사 관계자도 "국내 채권 발행 스프레드가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데다 CRS 금리 상승 등으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비용마저 늘면서 외화채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조달 비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원화채 시장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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