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사자] 허장 행정공제회 CIO "신용위험 불가피…인컴 자산 늘려야"
  • 일시 : 2023-02-10 08:49:01
  • [채권을 사자] 허장 행정공제회 CIO "신용위험 불가피…인컴 자산 늘려야"

    고금리 상당 기간 지속…"우량채·대출자산 확대할 타이밍"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고 금리도 정점에 근접했지만, 경기, 기업 실적, 자산가격 조정 폭과 기간, 실물 구조조정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하면 안전자산이 여전히 선호된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자산 건전성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가 차별화하고 도산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경기침체는 원래 신용 위험이 커지는 과정이고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기회를 살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금리 환경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신용 위험이 가장 경계되는 리스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허 이사는 "금리의 절대적인 수준이 매력적인 상태가 되면서 연초 회사채로 돈이 쏠리고 있지만, 유심히 보면 결국 그중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우량채로만 돈이 몰리는 게 드러난다"며 "신용도 높은 기업은 더 낮은 금리에 발행하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돈을 빌리지 못해 무너지는 신용위험 현상이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이사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동양증권으로 금융권에 첫발을 들인 뒤 삼성생명과 삼성투신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을 거쳤으며 2011년부터 2년간 템피스투자자문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후 2021년까지 DB손해보험에 몸담고 있다가 작년 2월 행정공제회 CIO에 취임했다.

    다음은 허 이사와의 일문일답.

    ◇신용위험 증가는 불가피…회수 리스크도 커질 것

    ▲올해 행정공제회의 투자 전략은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인지.

    - 투자환경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으로 회원급여율(조달금리)이 급증함에 따라 운용상 부담이 가중돼 올해도 최소 5% 이상의 수익률은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비중이 높은 대체투자 자산의 건전성과 우수한 수익력을 기반으로 우량 자산을 조기 매각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올해 전략의 핵심이다. 또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이자/배당지급(인컴 게인) 자산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는 우량채권과 대출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적기다. 경기 침체든 금리 인상 주기의 종료(인플레 완화)든 어느 쪽이든 중장기적으로 금리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금리 방향성과 상관없이 현재 금리의 절대 수준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등급 채권, 고금리 예금, 신용리스크 낮은 대출상품, 대체투자 내에서 리스크-리턴 효율이 높은 금리형 상품이 머니무브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이나 지분형 투자보다는 금리형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고 국내주식보다는 해외주식, 해외채권보다는 원화 채권의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대체투자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대상을 먼저 고려할 것이다. 보수적인 신용리스크 관리 및 투자조건을 전제로 인수금융, 부동산·인프라 담보대출 등 사모신용(PC), 자산 가격 급변동에 따른 부실자산(Distressed), 세컨더리(Secondary) 등 저평가 자산을 눈여겨볼 것이다.

    ▲올해 가장 큰 리스크는 뭐라고 보는지. 해외 주요 연기금은 침체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비하는 분위기인데 그럴 경우 행정공제회의 자금 운용에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상당 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초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 비용이 너무 크다는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도 시장의 기대보다는 더딘 속도(sticky)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를 고려하면 고금리 유지에 따른 실물경제의 타격과 신용위험의 증가는 일정 수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가 특히 우려하는 리스크는 보유 자산의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경우다. 자산 가격과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 신용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지난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했던 대체자산도 가격 조정과 회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수익 목표 달성과 신규 투자자금의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상황은 40년 내 처음 가보는 길이다.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 장기간의 초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베팅을 경계하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연준의 금리 속도 조절론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긴축 기조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행정공제회의 투자 전략에 미칠 영향은.

    -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시장의 기대처럼 하반기 곧바로 금리 인하로 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초 이후의 너무 앞서간 낙관론과 이에 기초해 금융시장이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점, 미국의 견조한 고용시장 등은 역설적으로 연준의 피봇(pivot)을 막아설 것이 분명하다.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로도 시장이 이처럼 반등하고 경기가 괜찮은데 굳이 정책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의 정점은 가까워졌으나 당분간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가 안정되더라도 과거처럼 제로 금리로 돌아갈 수는 없고 상당 기간 3~4% 수준의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시장의 기대처럼 2021년 이전과 같이 인플레이션만 사라지고 경기는 심각한 침체를 피하며 기준금리는 과거의 낮은 수준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는 낙관적 희망론에 그칠 것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우리는 위험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해외주식은 천천히 사들이겠지만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적어도 올해는 고금리 환경 속에 주식과 채권 모두 박스권 흐름을 예상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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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사들인 AA급 회사채

    ▲올해 채권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행정공제회의 채권 투자 전략은.

    - 채권의 경우 기준금리의 인상폭과 정점 수준, 하반기 인하 가능성, 경기침체의 정도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데 결국 관건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완화 정도일 것이다.

    인플레 압력이 완화해도 미국이 고금리 환경을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길게 보면 지금의 금리 수준은 투자 관점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신용 스프레드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신용도에 따른 스프레드 차별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은 우량채권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

    신용 스프레드와 별개로 금리수준 자체가 여전히 매력적이므로 역머니무브(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투자가의 입장에서 우량채권뿐 아니라 수급과 심리에 따라 가격 불균형에 있을 수 있는 신용채권의 선별 매수도 매우 유효한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역시 고신용 등급 채권 위주로 지속해서 비중을 높이고, 환헤지비용을 감안해 해외채권보다는 원화채권 투자를 우선하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AA급 회사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올해도 AA급 이상의 회사채는 과도하게 높지 않은 가격 선에서 매입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행정공제회가 회비 수지가 맞지 않아 현금 흐름이 한때 얇아졌던 것으로 안다. 앞으로 자금관리 전략은?

    - 작년 시중금리(여수신)의 급등으로 금융기관 간 금리구조가 변하면서 공제회들의 회비 수지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졌다. 약정한 대체투자 인출 규모, 시기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달러-원 환율의 급등에 따른 환헤지 비용 부담까지 가중돼 하반기에는 유동성을 적정하게 관리하는 데 다소간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 시중 수신금리가 상승한 것을 반영해 정기예금 성격의 공제회 상품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회원수지가 개선됐고 4분기 이후 환율도 급락해 환헤지에 따른 자금소요 및 투자 인출 규모가 감소함으로써 현재 유동성은 크게 개선된 상태다.

    한편으로는 경제환경과 자금시장의 불확실성 및 변동성을 감안해 악화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유연한 유동성 관리방안을 수립한 상태다.

    은행과 차입약정(Credit Line) 한도를 확대 설정했으며 CP 신용등급을 받아 언제든 CP 발행도 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크레딧 라인은 현재 은행 두 곳과 개설한 상태며 은행당 2천억원 정도로 설정했다. 다만 현재는 자금이 부족하지 않아 긴히 쓸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매각 대상 자산을 신속히 처분함으로써 원금과 수익을 조기에 회수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보유자산별 유동화 우선순위를 정해 유동성이 필요할 경우 신속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행정공제회 성과는 어땠나.

    - 정식 집계는 2월 말경 나오는데 대략 말하면 당초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행정공제회는 시가 평가 자산비중이 낮고 대체투자 보유자산의 건전성이 높아 우려보다 많이 선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작년 상반기에 주식 비중을 절반 가까이 과감히 축소해 이익을 조기 실현하고 해외주식을 전액 환오픈한 것이 주효했다. 채권은 10년 넘게 역마진 우려로 투자를 보류해왔는데 역으로 금리 급등기에 손실을 방어하는 데 기여했다. 금리 인상기에 주로 변동금리형인 사모신용의 비중을 확대한 것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대체투자에서도 국내외 부동산 및 사모주식 프로젝트 펀드를 조기에 매각한 이득이 컸다. 블라인드 펀드의 배당 수익도 높았고 대규모로 투자 중이던 글로벌 상장 리츠를 작년 상반기에 적시 매각해 21년 수준 이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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