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 호황 속 반전] 美매파 행보 '시계 제로'…이종통화 관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연초 글로벌 기관들의 '역대급' 주문 공세가 이어졌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 등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최종금리 전망치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 여파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 속에서 달러-원화 스와프 비용 부담이 늘어난 점 또한 변수다. 한국물 조달을 준비 중인 발행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더 나은 금리 조건 등을 좇아 이종통화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美 금리 전망 뒤바뀌었다…투자 심리 두고 촉각
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물 시장 내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한국물 시장은 135일 룰 등으로 임시 개점 휴업 상태에 돌입한 상황이다. 다만 이달 말께부터 조달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 등을 둘러싼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한국물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기록했다. 일부 발행사의 경우 북빌딩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정책금리가 최종금리에 근접했다는 관측 등이 퍼지면서 금리 상투를 노린 기관들의 매수세가 거세진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 등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연준 당국자들은 이달 최종금리 전망치를 상향할 가능성 또한 드러내고 있다.
금리 전망이 뒤바뀌자 미국 국채금리 변동성도 커졌다. 간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장중 4%대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년물 미국 국채수익률 또한 장중 4.9%대로 고점을 높여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달 한국물 조달이 본격화하기 전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이 진행되는 만큼 변동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14일과 15일 각각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FOMC 정례회의도 예정돼 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매파적인 기운이 강해지고 있어 이번 FOMC에서 빅 스텝 정도만 보이더라도 시장 분위기가 다르게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물의 경우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발행세가 이어질 터라 이 시기를 겨냥한 기업들은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화 스와프 부담 지속…이종통화 관심↑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 등으로 발행사들의 통화스와프(CRS) 부담이 커진 점도 한국물 발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CRS·IRS(화면번호 2403)'에 따르면 지난 28일 CRS 5년물 금리는 3.565%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RS 금리가 상승할 경우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달러채 발행사들의 CRS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관들의 매수 열풍이 강했던 올 초에도 일부 발행사는 스와프 비용 등을 고려해 조달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원화채 가산금리(스프레드) 축소에 속도가 붙으면서 역내 조달의 금리 경쟁력이 향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미 금리차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원-달러화 스와프 부담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한국물 발행사 대부분이 환 리스크 노출을 피하고자 통화스와프를 하는 만큼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채 조달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달러채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파를 경우 이를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이종통화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일부 이종통화의 경우 135일 룰에서 비껴간 것은 물론 조달 준비기간이 짧아 빠르게 발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캥거루본드(호주 달러 채권)의 경우 달러채 대비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이달 FOCM 등을 둘러싸고 달러채 조달 불안이 커지면서 조달처 다각화 등으로 대응을 고심하는 발행사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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