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보고] 현지 스타트업 대표 "뱅크런 상상못해…통신 두절"
(뉴욕=연합인포맥스) 임하람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약 44시간 만의 초고속 파산을 당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시간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8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국인 대표 A씨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뱅크런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며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주 중 SVB의 손실 및 증자 소식을 들은 직후 업계 관계자로부터 SVB 은행에 예금된 자금을 인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SVB가 파산할 경우 스타트업의 운영 및 투자자금이 죄다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응 방안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A씨가 미국 내 해당 법인 명의로 가지고 있는 계좌는 SVB의 계좌뿐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분 스타트업이 그랬듯 A씨 계좌의 사업자금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애초에 보증한 예금액인 25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A씨는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FDIC에 전화를 걸었으나 폭발적인 통화량으로 통신은 두절 상태였다.
A씨는 파산 소식이 알려진 직후 7시간 넘게 전화기를 붙잡고 FDIC에 통화 연결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연결된 전화에서 담당자는 다음 주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고 A씨는 자금을 SVB에서 빼내는 것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월말에는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미 완료된 계약에 대한 대규모의 자금 집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자금이 묶이면 사업의 운영 자체가 곤란해지기 때문에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주말 간 미국 정부가 개입해 예금이 전액 보증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A씨는 향후에도 SVB와 같은 중소 지역 은행을 이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그는 "뱅크런을 직접 겪으니 큰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며 "시장이 좋지 않은 요즘에는 SVB의 금융 상품이 크게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금을 대형 은행으로 이동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SVB 사태 이후 시장에서는 실제로 이 같은 '대마불사(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 은행)'로의 자금 이동이 관측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SVB 후폭풍 속 전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로 150억 달러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다만,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동해 온 또 다른 한국계 대표는 "다행히 이번에는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SVB와 같은 은행에 자금을 맡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JP모건체이스와 같은 대형 은행에 자금을 맡겨야 할 것 같지만, 대형 은행은 스타트업 전용 은행만큼 수수료가 낮거나 편리하지 않아서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혁신과 성장을 고민해야 할 창업자들에게 은행 및 재무 상황에 대한 리스크 관리라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속 스타트업 업계의 투자 환경은 이미 녹록지 않다.
SVB 사태에 따라 VC, 스타트업 업계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 대표는 "과거에는 스타트업의 미래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해 줬다면, 요즘은 투자처에서 언제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지부터 들여다보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고 전했다.
A 대표 또한 "이미 스타트업 시장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SVB 사태로 펀딩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VC가 투자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파생상품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고, 투자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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