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의 '비둘기 빅스텝'…한은 행보 영향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 혼란 속에서도 예고한 대로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행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ECB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재차 확인했지만,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힌트를 주지 않으며 금융불안 상황도 반영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17일 ECB의 신중한 스탠스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옅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ECB '빅스텝' 강행에도 비둘기 평가…금융불안 무시 못 해

ECB는 전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핵심 정책금리인 수신금리를 3%로 50bp 인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주요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금리 결정에 나섰다.
ECB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고한 대로 빅스텝 금리 인상을 결정했지만, 관례로 제공해 오던 향후 금리 결정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임을 강조했지만, 최근의 금융불안 사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기본전망(Baseline)대로 지속된다면 ECB는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면서도 "하지만 기본 전망은 최근 불거진 금융 긴장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며,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지 경로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빅스텝 금리 인상 고수에도 시장에서는 ECB가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기관들은 향후 금리 경로와 관련해서는 25bp 인상으로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경제여건 전망치가 최근 시장불안 요인을 미반영했음을 강조하면서 시장은 이번 정책 결정이 대체로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면서 "주요 투자은행은 대체로 5월 정책회의시 25p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ECB의 빅스텝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은 다소 올랐다.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을 보면 3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전일 약 55%에서 이날 82%가량으로 상승했고, 동결 전망은 후퇴했다.
다만 이는 위기설이 나오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대형은행들의 지원 방침 등으로 금융 불안 이슈가 다소 진정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최근 시사했던 빅스텝으로의 회귀는 이제 고려하지 않겠지만, 베이비스텝(25bp) 금리 인상은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차츰 자리를 잡고 있다.
◇연준 빅스텝만 아니라면…한은, 동결 명분 강화
국내에서는 금융권 불안으로 인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한층 공고해졌다.
한은은 SVB 사태 이전까지는 연준의 3월 빅스텝 가능성이 점증한 점 등을 반영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내놓기도 했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연준 금리 인상 기대가 커졌고, 우리나라 환율을 포함해 금융·외환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면서 "한은은 이에 보다 유의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이 다시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이를 반영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옅어졌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준이 25bp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게 확실시되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연준이 제시할 점도표도 최근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3월 금리 인상폭 전망을 50bp에서 25bp로 낮췄다"면서 "한은이 4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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