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재고찰-④] 금리 변동성 최고조…WGBI 집중할 겨를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분명 서울채권시장에 호재다. 다만, 호재라도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변동성을 되레 키우고 투기 매매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시장참가자들은 현재 WGBI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은행의 유동성 사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국내 금융통화위원회 등 굵직한 이벤트가 대기 중인 탓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시장 선진화 제도가 진전됐을 때 편입하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21일 연합인포맥스 연결 국채선물 일별 추이(화면번호 3631)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년 만기 국채선물(LKTB)의 장중 변동폭(고점-저점 차이)은 하루 평균 89.9틱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을 제외하면 단 하루도 반빅(50틱) 이하에서 오르내리지 않았다. LKTB가 상장한 이래 장중 변동폭의 평균치는 45.5틱 정도다.

이달 말까지 현재의 수치를 유지하면 월별 기준 역대 4위의 기록이다. 장중 등락이 가장 크게 휘몰아쳤을 때는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터진 2020년 3월이다. 이외 작년 국고채 시장 패닉과 레고랜드 사태 때도 변동성이 상당했다. 모두 당국의 긴급한 대책이 장중에 나왔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번에는 대외 재료가 수급 혼란을 이끈다. 금융위기 우려와 글로벌 피벗(정책 전환)에 대한 선반영 때문에 트리거 없이 가격이 오르내리고 있다. 간밤 미국채 시장의 역대급 변동성을 반영했다가 장중 정신없는 장세가 이어진다. FOMC에서 국내 금통위까지 지나는 국면이라 불확실성이 극심하다.
시장참가자들이 WGBI 편입을 이달보다 다음 기회에 확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리 하락이라는 한 방향 성격의 WGBI 이벤트가 쉽게 묻히거나, 수급 노이즈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코로나 위기를 1년도 채 되지 않아 탈출했지만 후폭풍을 지금 와서 함께 맞고 있다"며 "SVB(실리콘밸리은행)나 CS(크레디트스위스)가 끝인지 빙산의 일각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위기나 연준 행보에 따라 자금 이동이 또 시작될 텐데 WGBI 이슈가 여기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기적으로 하반기에 인플레 둔화까지 확인하고 나면 적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고채 시장 선진화가 더 진행돼야 WGBI 이슈가 안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적정 국가채무비율 속에서 관리되는 공급과 초장기물 헤지 수단, 커브(기간별 수익률 곡선) 정상화 등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재정 폭증으로 국내 투자자들도 채권을 기피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 글로벌 신뢰 회복의 우선이고 이후에는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헤지툴이 중요하다"며 "30년 국채선물 출시와 WGBI가 시기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와 비교해보면 원화 국채 커브의 역전이 잘 되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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