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CS의 몰락, 새로운 유형의 은행 위기를 낳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숫자로 나타난 견조한 자본 비율은 소용이 없었고, 인터넷으로 퍼진 소문은 결국 '자기실현적' 예언이 돼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을 초래했다.
20일(미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S의 죽음이 새로운 유형의 은행 위기를 낳았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재무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더라도 유동성 위기가 언제든 지급불능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디지털 뱅킹과 디지털 소통은 이같은 위기를 부채질하는 도구였다는 것이 이번 CS의 붕괴를 통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지난 주말 CS의 시가총액은 약 80억달러 수준이었으며 유형순자산 가치(tangible book value)는 450억달러에 달했다.
◇ 믿을 수 없는 숫자…은행 장부 믿기 어려운 이유
투자자들이 은행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이 유형순자산 가치는 그러나 그렇게 '실체적'이지 않았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UBS는 CS를 유형순자산 가치의 7%에 인수하기로 했다. 상당한 안전판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론적으로 볼 때 인수자의 주당 유형순자산 가치는 74% 증가하게 된다.
그럼에도 UBS는 스위스 당국의 지원이 없이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UBS는 CS 장부 상의 첫 번째 상각분 50억스위스프랑에 해당하는 손실을 흡수할 예정이며, 스위스 정부는 이후 90억스위스프랑의 손실을 흡수하게 된다. 만약 손실이 이보다 커지면 양쪽이 분담한다.
CS의 자산의 가치가 당초 핵심적인 우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CS가 직면한 문제는 고객들이 떠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UBS의 랄프 해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콘퍼런스콜에서 "실질적인 도전은 투자은행 활동의 축소"라고 말했다.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면서 450억달러로 평가된 CS의 유형순자산 가치가 '제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UBS의 CS 인수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은행 구제 때에는 주식이 채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저널은 말했다. 이는 채권이 주식보다 먼저 상환권을 갖는 전통적인 믿음을 뒤집는 것이다.
CS 주주들은 UBS 주식을 갖고 떠나겠지만 이른바 '베일인(bail-in)' 채권 보유자들은 상각될 예정이다.
◇ 디지털 때문에 빨라진 고객 이탈과 유동성 위기
저널은 또한 CS의 실패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에 처한 미국의 중소형 은행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SVB는 만기보유증권(HTM)의 미실현 손실이 150억달러 이상이었으나 CS의 경우 HTM 미실현 손실은 5천만달러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CS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는 그러나 결국 은행이 매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은행은 계속 자본을 조달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CS는 투자은행을 떼어내 시간을 벌려고 했지만, 미국의 은행 위기가 터지면서 길을 잃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일일 고객 이탈 규모가 최대 1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고객 이탈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뱅킹으로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으며 디지털 소통은 이런 피해를 확대할 수 있다.
CS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해 가을 소셜미디어의 속삭임에서 시작됐으나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기실현적 예언이 됐다. 은행이 견조한 자본 및 유동성 비율을 가졌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규제당국이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주 사용하는 보통주 자본비율은 CS의 경우 지난해 말 14.1%였다. UBS는 14.2%와 비슷하며 다른 대형은행보다 높다.
CS는 SVB와 다르지만, 디지털 기술이 두 은행의 몰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만은 무시할 수 없다.
은행 규제당국은 이런 불안정성의 새로운 근원을 정책 결정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는 은행의 장부가치를 불신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상황이 빠르게 돌아갈 때 유동성과 지급능력은 따로 떼놓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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