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1 쇼크] 전례 없는 상각에 은행 조달 '빨간불'…하이일드도 '불똥'
  • 일시 : 2023-03-22 13:25:02
  • [AT1 쇼크] 전례 없는 상각에 은행 조달 '빨간불'…하이일드도 '불똥'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스위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나서 발 빠르게 구제했지만,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AT1) 완전 상각이 새로운 불안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CS 매각 과정에서 주식은 일부 가치를 보전받았지만, 160억 스위스프랑(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AT1)이 모두 상각 처리되며 가치가 '제로(0)'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AT1은 유사시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돼 은행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발행 취지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주식보다 채권이 후순위로 밀려난 이례적인 상황에서 해당 상품의 신뢰가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은행들의 자본 조달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연합인포맥스 해외채권 종목검색(화면번호 4011)을 활용해 유럽 주요 은행의 AT1 채권 금리를 살펴본 결과 완전 상각이 결정된 CS의 코코본드 금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12% 수준에서 등락했으나 매각 이후 200%대로 치솟았고 ING 은행도 7% 수준에서 12% 수준까지 올랐으며 BNP파리바의 코코본드 금리도 두 자릿수 가까이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


    ◇ 은행 자본조달 '빨간불'…코코본드 신뢰 훼손·금리 상승

    지난 20일(현지시간) 유럽당국이 AT1 상각과 관련한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식에서 손실을 먼저 흡수한 뒤 AT1 채권의 상각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며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은행감독청(EBA), 유럽연합(EU) 내 단일정리위원회(SRB)는 공동성명에서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권고한 개혁안을 이행하는 EU의 프레임워크는 문제가 있는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순서를 확립한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과거 사례에서 일관되게 적용됐으며, 향후 위기 개입 시 SRB와 ECB는 이를 계속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 당국의 진정 발언에도 CS 구제 인수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없는 만큼 CS AT1 상각을 둘러싼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후 최고 전략가는 "CS의 AT1을 완전히 상각 처리하기로 한 결정은 다른 은행의 부채와 자본 구제 비용을 조정시켜 유럽 은행 시스템으로 위기를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상각으로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운용사인 핌코와 인베스코 등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기관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주식보다 채권을 우선한다는 금융시장의 오랜 관행을 뒤집고 채권을 상각한 스위스 당국의 결정이 자산 등급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잠재적인 파급효과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럽 주요 은행들의 금융 여건은 더욱 타이트해졌다. 유럽 은행의 코코본드 금리는 CS의 AT1 상각 소식에 일제히 급등하며 이전보다 훨씬 높은 자본 조달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럽 내 AT1 잔액은 약 2천750억 달러이며 CS의 170억 달러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다. 이 중 200억 달러 넘는 코코본드가 올해 조기상환(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은행은 당장 자본조달이 급한 상황이다. 코코본드에 대한 심리 훼손과 높아진 조달금리 등으로 은행은 다른 조달 방식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수석 금융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UBS와 CS의 거래는 즉각적인 위험은 피했을지 몰라도 AT1 상각으로 수주간 지속될 불확실성을 가중했다"며 "미상환 AT1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상각은 다른 채권자들의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미래 자본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은행 능력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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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험 회사채 투자 위축…대형은행 중심의 재편 우려도

    이번 상각 조치는 고위험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

    AT1 상각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위험군 회사에 대한 투자는 더욱 빠르게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보다 신용이 낮은 벤처캐피탈(VC) 업종 회사채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하나증권 이영주 해외 크레딧 연구원은 "스프레드 확대로 인한 조달 비용의 가파른 증가에 기업은 신용 경색을 겪고 도미노 부도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지원 대책에도 위험자산 보장 범위는 여전히 낮고 심리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VC 업종의 경우 VC 대출과 투자가 위축되며 레버리지론 시장의 경색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행스러운 점은 하이일드 채권은 신종자본증권과 달리 이벤트 발생에 따른 소멸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높은 이자를 찾아 자금이 하이일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중소형 은행의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하고 결국 대형은행 중심의 금융업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위기 확산에 중소형 은행의 예금을 인출해 대형은행으로 예금을 이전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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