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수십억달러 현금 투입 직전에 폐쇄…구조 노력 '물거품'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예금주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면서 스타트업 네트워크에도 인출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실리콘밸리은행(SVB) 내부에서는 경영진들이 긴급 대출을 받기 위해 뛰고 있었으며 수탁은행에 수십억달러 송금 처리를 위해 늦게까지 문을 열어달라고 설득했다.
결국 예금주들이 경쟁에서 이겼다. 미 금융 당국은 수십억달러의 현금 투입이 막 이뤄지려던 찰나에 SVB를 폐쇄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은 이렇게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SVB 폐쇄 직전 마지막 시간을 재구성해 2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SVB 구제를 위해 뛰던 이들 중 일부는 폐쇄 소식을 은행 당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 그러나 SVB의 취약한 대차대조표와 변덕스러운 예금주들이 구조를 거의 불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은 점점 명확해졌을 뿐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저널이 입수한 녹음 자료에 따르면 SVB 직원은 지난 10일 회사 재무팀과의 회동에서 "이 팀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올바른 방식으로 재건하기 위한 길을 가고 있었다"면서 "시간과 여건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늦게 예금 인출이 가속화하면서 경영진은 사무실에서 초조하게 통화를 했으며 직원들은 이를 지켜보고 서로에게 문자로 세부적인 내용을 주고받았다.
이때 SVB는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으며 속도와는 거리가 먼 미국의 은행 펀딩 시스템으로 달려갔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 샌프란시스코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으로 200억달러의 대출을 요청했다. FHLB는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정부가 지원하는 100년 전통의 은행 네트워크로 모기지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것 말고도 FHLB는 은행들이 모기지와 같은 담보를 맡기면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FHLB는 채권을 발행해야 하며 이는 시장이 열려있을 때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시는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이미 정오였고 SVB의 이같은 이례적인 대규모 지원 요청은 그날 처리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FHLB는 소액의 대출을 제시했지만, SVB는 이를 거절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플랜B'로 눈을 돌린 SVB는 샌프란시스코 FHLB에 200억달러의 담보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할인 창구로 이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긴급 차입을 받기 위한 것이다. SVB는 샌프란시스코 FHLB에서 차입을 위해 쓸 수 있는 2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을 이전하려면 절차를 거쳐야 했으며, SVB가 샌프란시스코 FHLB에 대출 잔액이 있어 얼마나 많은 담보를 보유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해야 했다.
SVB는 수탁은행 중 한 곳인 BNY멜론을 통해 연준에 200억달러를 전달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수탁은행에서 연준으로 이체할 수 있는 마감 시한을 넘겨 이는 때늦은 시도였다.
당시 SVB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그렉 베커는 BNY멜론의 로빈 빈스 CEO에 전화를 걸어 연장을 요청했다. BNY 멜론이 이 요청에 응했다.
연준에는 그러나 실제 송금이 이뤄지기 전에 시험 거래가 필요했으며 여기에 시간이 걸리면서 연준이 그날 마감 시한을 오후 4시 이후로 연장하지 못했다. SVB는 결국 그날 돈을 받지 못했다.
같은 날 고객들은 SVB에서 420억달러를 인출했다. 그날 영업을 마감할 때 SVB에는 약 10억달러 규모의 마이너스 현금 자산이 발생했다.
다음날인 10일 BNY가 연준으로 송금을 마쳐 SVB는 연준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FHLB는 그때까지도 담보 이전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발표가 나왔다. 당국이 SVB를 폐쇄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FHLB 대변인은 "우리는 담보 이전을 잘 진행하고 있었으며 연준과 SVB로부터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우리가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FDIC가 SVB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SVB 일부 직원들은 은행 지원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불평하면서 연준이나 매수자로부터 생명선을 받기 직전에 은행이 폐쇄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예금 인출이 막대한 규모로 이뤄져 은행이 파멸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인정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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