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부르자 증권사 FX운용·자금·WM·리스크 임원 총집합
증권사 외환 콜시장 확대까진 멀었지만 '상전벽해' 반응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노요빈 한상민 기자 = 기획재정부의 첫 증권사 외환 관련 간담회에 내로라하는 증권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 증권업계 숙원사업인 외환제도 개편을 위한 자리인 만큼, 외환제도과장의 부름에 모두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특히 외환(FX)운용본부는 물론 자산관리(WM)영업본부, 경영관리본부, 그룹위험관리단, 자금부 등 담당 임직원이 총출동하며 눈길을 끌었다.
◇증권사 외환 업무 확대…모든 부서 얽혀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사(종투사) 외환 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개최됐다.
회의에 참여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사다.
재작년부터 전면적인 외환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됐지만, 업권별 외환업무 범위 재검토에 증권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업무 확대라는 증권사들의 간절한 염원과 관련된 간담회인 만큼 업계의 높은 참여도로 이어졌다.
외국환거래법 상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기관은 기타 취급기관으로 분류돼 외국환업무 범위에서 은행보다 제약이 많다. 대표적으로 외화 지급·수령·결제 및 외화 예금업무를 은행에만 허용한다.
외국환은행 중심주의로 인해 증권사 각종 부서는 업무에 제약받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 운용본부부터 리테일본부까지 전 영역이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초단기자금을 차입·대여할 수 있는 외화 콜시장 참여 허용에는 증권사 FX 담당뿐만 아니라 자금 담당 본부도 관심이 많다.
현재 증권사가 기관고객을 대상으로 외화대출을 취급하려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은행을 통해 환전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은행들도 외화를 확보해야 하므로 증권사에 환전해주려고 하지 않아 증권사의 자산부채관리시스템(ALM)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현재 은행 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은 외화 조달·관리를 외국환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외화조달 능력을 스스로 계발할 유인이 없다는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
증권사 세일즈앤트레이딩(S&T) 담당 임원은 "콜 차입이 가능해지면 외화 유동성 확보가 용이해지면서 운용하는 입장에서 여러 제약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부 한 직원은 "이날 자금팀이 외화 교환을 용이할 수 있게 외화 콜시장을 허용해달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평소 외환 콜머니를 사용한다기보다 위기 시에 활용할 수 있는 라인을 하나 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리테일 담당 본부의 경우 외화 정기예금을 편입하는 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는 금융투자업자는 은행과의 외화스와프를 통해서만 외화를 조달할 수 있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해외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국내 펀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집합투자재산의 신탁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별도 은행을 통해 송금해야 하는 구조에 갇혀있다.
또 증권사는 환전·외화 지급결제 기능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고객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고객은 환전 등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해외 주식 관련한 사업에서 외환제도 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고객들은 실시간 환율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외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스크 담당 본부도 업무 범위가 확대될 경우 외환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증권사가 외국환은행과 유사한 지위를 가지려면 확인의무, 사후관리의무, 관련서류 보관의무, 감독기구 보고의무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증권사가 전반적인 환전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유동성 관리나 리스크 관리 등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외환 콜시장 확대까진 멀었지만…"상전벽해" 기대
이번 간담회에 참가한 증권사들은 외환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외환당국과 대면하며 적지 않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반환전 등 기존에 나왔던 얘기를 주로 나눈 자리였지만, 외환당국의 의중을 직접 파악해볼 수 있어 소득이 적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기재부는 조만간 일반환전 참여를 위해 종투사가 갖춰야 할 인적과 물적 요건에 대한 발표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증권사는 일반환전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외환제도 전면 개편을 위한 첫걸음으로 올 상반기까지 9개 종투사에 대해 일반환전 업무를 허용했다.
남은 2단계 업무규제 합리화를 앞두고 당국과 증권사는 이해의 폭을 넓혔다.
이날 회의에서 증권업계는 일반환전부터 송금 절차까지 일련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외화 송금 한도 완화를 요청했다. 당국은 이를 수렴해 올해 상반기(1단계) 이후 검토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증권사의 외화 콜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한 증권사 임원은 "외화 콜시장 참여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지만, 일반환전부터 송금한도 완화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이 전향적인 입장인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날 회의로 당국과 증권업계가 단번에 입장차를 좁힐 순 없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외환업무 확대를 추진하면서 업계와 앞으로도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증권사 다른 임원은 "증권사에는 외화 관련해서 열려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완전 상전벽해가 되는 부분이라 굉장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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