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배경과 전망] 물가 진정…인하 기대는 선 긋기(종합)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국내 경제의 둔화 흐름이 이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률도 4%대 초반으로 상당폭 하락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줄였다.
물가와 경기의 동반 둔화로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도 한층 강화됐다.
다만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의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점 등은 향후 완화적 스탠스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지난 2월 조윤제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동결에 동의했다.
◇경기 둔화 지속…신용 위험 증가 속 환율은 안정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5일 국내외 금융기관 1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준금리 전망치(화면번호 8852)에 따르면 모든 기관이 동결을 예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권의 신용리스크가 갑작스럽게 대두된 점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내외에서 그간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안이 가시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점도표 상의 최종금리 수준을 종전대로 유지하는 등 한결 완화적으로 스탠스로 전환했다. 금융 긴장 강화가 글로벌 경기에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전망도 강화됐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경제도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수출은 지난 3월에도 전년동기대비 13.6%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3월에 34.5% 급감해 우려를 자아내는 중이다. 무역수지는 1년 넘게 적자 행진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 2월 예상한 1.6%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불안했던 국내 자금시장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부동산PF의 부실화 위험은 여전하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이 상당폭 둔화한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2%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미간 금리차가 1.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지만, 외환시장 상황도 아직은 안정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3월 초 1,330원 부근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이후 횡보 흐름을 나타내면서 1,320원대서 등락 중이다.
◇시장은 '피벗'…이창용 "인하 기대는 과도"
두 달 연속 금리가 동결되면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는 한층 강화됐다.
채권 등 금융시장은 나아가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미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하는 중이다.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도 포함 대부분 기간물이 기준금리를 훌쩍 하회한다. 연합인포맥스의 설문조사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본 기관이 절반인 9곳에 달했다.
한은이나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올해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게 금리 인하 전망의 근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8개 투자은행(IB)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에 그쳤다. 한은의 전망 1.6%보다 훨씬 낮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정치적인 고려도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추가경정예산(추경) 전망도 불거지는 중이다. 아직 위기 징후는 없지만, 부동산 PF의 부실 위험도 상존한다.
한은은 하지만, 금리 인하로의 '피벗'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반박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2% 목표로 수렴하는 것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검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최근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5명의 금통위원은 국제유가의 불확실성과 연준 금리 경로가 여전히 불투명한 점 등을 근거로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했다.
CPI가 정점 대비 큰 폭 내렸지만, 근원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점은 한은의 이른 피벗 가능성을 줄인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3월에도 4.8%로 2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통방문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더딘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지난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정책 방향을 견지했다.
이 총재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이 과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대로 추가로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면 양국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벌어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달러-원이 1,320원 부근에서 상단이 제한되고는 있지만, 재차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 통화당국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4.1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https://newsimage.einfomax.co.kr/PYH2023041109280001300_P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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