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깜짝 '피벗' 이창용…인하 기대 차단 배경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둘기 성향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단기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큰 폭 하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점이 총재의 고강도 발언을 끌어낸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물론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내수 등의 경제 상황이 우려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의 깜짝 변신…못 믿는 시장에 '강력 경고'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일 금통위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다수 내놨다.
그는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많아 올해 하반기 끝까지 가기 전에 금리 인하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인하 기대가)정상적이지 않다는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등에서도 물가가 목표로 수렴하는 것을 확신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연내 인하 기대가 이어졌다. 연합인포맥스 설문에서도 연내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가 절반에 달했다.
시장 기대가 좀처럼 관리되지 않자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하반기 끝까지 인하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못 박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내부에서 과도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점도 이 총재의 강경 발언 배경이다.
금통위의 한 관계자는 "너무 이른 시기의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경제 전망에도 자신감…반도체 나빠도 인하 없다
이 총재는 한은의 경기 전망에도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2월 내다본 1.6%보다 소폭 낮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내다보는 기관도 있는 등 민간의 전망은 한은 시각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우리 경제 성장 전망 평균치도 1.1% 수준에 그친다.
이 총재는 하지만 이런 비관적 전망이 금리 인하 기대의 바탕인 것으로 지적하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시쳇말로 '누가 맞는지 보자'는 식의 발언까지 내놨다.
이 총재는 "경기라든지 물가의 흐름에 대해서 시장이 맞는지 당행(한은)이 맞는지 누가 더 맞는지는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거나 "시장이 맞으면 나중에 어떤 면에서는 당행보다 예측을 잘한 거겠다"라고도 했다.
그는 반도체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큰 점에 대해서는 "반도체 가격은 물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에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이 수출이 반도체 영향으로 아직 부진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고, 내수 상황도 양호하다는 평가가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관계자는 "반도체가 부진하지만,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분야는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경제 전망을 오래 다룬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고도 부연했다.
이 총재는 설상 반도체 경기가 예상만큼 반등하지 않더라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그는 "IT부문을 제외하고 올해 성장률을 계산해 보면 현 수준에서 1.9% 정도 된다"면서 "(한은은)IT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회복되지 않더라도, 좀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분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면 과연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가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을 시장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IT보다 내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는 견해"면서 "과거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을 보면 경기가 나쁘다는 지적이 강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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