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체 총체적 난국…"수요 바닥 안 보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전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향후 6개월 경기를 반영하는 반도체 시황의 부진이 세계 경제 전망에 불안 재료가 되고 있다고 매체는 우려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6% 증가한 5천86억대만달러(약 22조원), 순이익은 2.1% 증가한 2천69억대만달러(약 8조9천700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특히 중국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간 실적도 미국 달러 기준으로 한 자릿수 초반(1~5%)대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하던 것과 다른 상황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호황을 지속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PC를 중심으로 한 전례없는 '디지털 특수'가 발생한 영향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작년 후반부터 점점 특수가 사라졌고, 반도체 시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소형 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대형 업체인 TSMC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인텔은 작년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실적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해 2월까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 3월 "업계가 13년래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부족이 문제가 될 정도였지만 긴축 정책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재고가 쌓이게 됐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의 정도가 심한 것이 특징인데,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수요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해 리먼 위기 직후인 2008년 말~2009년 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반도체 업체들의 제조장비(전공정) 투자액이 22% 감소한 760억달러(100조8천억원)로 4년 만에 전년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초만해도 업계에서는 불황이 상반기 중에 끝나고 이후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하는 등 최종제품의 판매 회복세가 늦어지고 있다. 새로운 수요를 견인할 요인도 보이지 않는다.
한 공급업체 임원은 "6월 부상론은 이제 없어졌다"며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경제연구원 관계자도 "세계 경제가 이대로 약세를 지속한다면 반도체 시황의 반전은 연말로 미뤄질 것"이라며 "성장 궤도로 되돌아가는 것은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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