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 금리역전 임박] 한은, ECB 따라갈까
[※편집자 주 = 다음 주 우리나라와 유럽의 기준금리는 역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럽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은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리 수준까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두 건의 기획 기사를 통해 통화정책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한종화 기자 = 내달 4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국내 통화당국 내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ECB가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초로 역전되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대다수 시장 전문가의 견해지만,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ECB의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같다. ECB가 예고한 대로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기준금리는 최초 역전된다.
시장에서는 50bp 인상 가능성도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격차는 50bp로 빠르게 벌어지게 된다.
문제는 통화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물가 추이로 보면 ECB는 당분간 금리인하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월 유로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7% 올라 직전 월(5.6%)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물가 목표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고 있다"며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면 원화채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서울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이탈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2031년 6월 만기인 국고채(21-5호)를 1조3천여억원, 2051년 3월 만기인 국고채(21-2호)를 6천900억 원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선 포트폴리오 조정 자금이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집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자금은 지난해 연준 긴축과 맞물려 순유출 양상을 보였다.
ADB는 보고서에서 신흥국의 중요한 자금 유출 요인으로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를 꼽았다. 미국 달러화와 유가 추이,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규모도 언급됐다.
유로존과 국내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긴장의 끈을 높기 어려운 이유다.
자산운용사의 한 해외채권 운용역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럽계 자금이 많은지가 관건이다"며 "이미 들어와 있는 자금이 많을 경우 금리 역전 시 기존 자금을 빼서 스와프 차익을 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 우려에 국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와 유럽 기준금리의 상관 계수는 0.82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두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대다수 시장 참가자는 이번엔 유럽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이 따로 움직일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인플레 우려가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유럽 통화정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며 "다만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셈법도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글로벌 통화정책을 이끄는 요인이 물가인 만큼 물가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통화긴축 대응 강도도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통화당국이 ECB를 따라가고 싶더라도 지원군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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