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파산-①] 美 14번째 은행에 무슨 일이
  • 일시 : 2023-05-02 00:30:00
  • [퍼스트리퍼블릭 파산-①] 美 14번째 은행에 무슨 일이



    [※편집자주= 올해 들어 미국에서 세 번째 은행 파산이 나왔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미국 상업 은행 중에서는 14번째로 크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은행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큽니다. 은행은 경제 시스템에 중요한 부문이라는 점에서 연합인포맥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 배경과 이후 여파 등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2023년 2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기 한 달 전쯤 미국에서 14번째로 큰 상업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서도 심상찮은 기운이 감지됐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미 지난 2월부터 고액 자산가들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이러한 추세를 막으려고 했으나 판매는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짐 허버트 퍼스트리퍼블릭 창립자는 모든 직원을 소집해 우리는 더 많은 예금을 예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고액 자산가 예금 유치 성공적…10년간 승승장구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퍼스트리퍼블릭은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예치 받아 이들의 예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통해 은행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2021년에만 평균 3.03%의 이자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당시 예금의 평균 이자는 0.12%였다.

    이러한 사업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상당한 수익을 보여 2021년까지 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10년 만에 4배로 증가했다. 급기야 미국 양대 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마저 해당 모델을 모방하기 위해 부유 고객이 거주하는 지역에 지점을 열기도 했다.

    회사는 고액 자산가들의 예금 유치에 집중했고, 당좌예금계좌를 열어 이를 통해 모기지를 갚으면 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또한 기업 직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구글 직원들에게는 2천달러 이상의 계좌 개설 보너스도 제공했다. 페이스북 본사 내에 지점을 열고 부유한 기술 분야 직원들에게 2.5%를 밑도는 장기 모기지 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2012년에 1.05% 개시 금리로 595만달러의 모기지를 퍼스트 리퍼블릭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은행의 지점은 실리콘밸리 부유층이 있는 지역은 물론, 고액 자산가들의 휴양지인 플로라다 팜비치 등에도 지점을 열어 사업을 확장해갔다.



    ◇ 연준 금리 인상에 위험 증가…장부상 손실·이자 부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함께 상황은 급변했다. 그동안 은행은 과거 2015년~2018년 연준의 금리인상기에 은행이 잘 번창해왔다며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의 금리가 4%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고객들은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당좌예금 계좌를 유지하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2년 말부터 퍼스트 리퍼블릭은 채용 속도를 줄이고 퇴사한 직원 극소수만을 채우는 데 그치는 등 비용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

    지난해 말 은행의 예금은 1천764억달러였으며, 이 중 68%는 미 연금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 보호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자금이었다. 당시 은행의 예금은 전체 자금의 9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였다.

    은행은 지난해에만 예금이 13% 늘었으나 지난해 4분기에만 4억2천8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이는 전년 4분기에 2천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이자 부담은 수익을 더욱 압박했다.

    지난해 퍼스트 리퍼블릭 대출의 절반 이상이 거주용 모기지였으며, 금리는 평균 2.89%였다. 금리 상승으로 해당 대출의 시장 가치 220억달러가 증발했다. 이러한 장부상 손실은 은행이 해당 대출을 매각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손실을 실현해야 했다면 은행의 자본금을 잠식했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미스매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에만 40%가량 하락했다.



    ◇ SVB로 파산에 터졌다…뱅크런에 무너지기 시작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들의 미실현 증권 손실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지역 은행들이 유사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곧바로 퍼스트 리퍼블릭이 제2의 SVB로 지목되며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3월 9일 SVB 사태가 불거지며 그달 13일까지 3거래일 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는 73% 폭락했다.

    회사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대형 은행들이 나서 총 7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위기 진화에 나섰다. 당시 JP모건 등 11개 대형은행이 이 중 300억달러를 맡았다.

    그러나 시장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고, 은행은 이후에도 상당한 예금 인출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과 피치는 예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해 퍼스트 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정크로 내렸다.

    퍼스트 리퍼블릭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3월 석 달간 예금의 절반 이상인 1천억달러가량을 잃었다고 말했다. 1분기 순이익은 33%가량 줄었고, 영업수익은 13%가량 감소했다. 회사는 직원의 25%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동시에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결국 회사가 버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했다.

    결국 미 금융당국은 상황이 악화하자, 5월 1일 미국에서 14번째로 컸던 상업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을 폐쇄하고, JP모건으로의 인수를 승인했다.

    이번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파산으로 기록됐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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