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 패권 균열…글로벌 통화시장 재편의 서막"
전문가들 "경제블록화 속 탈달러화 여건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전 세계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해 온 미국 달러화가 앞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향한 미국 주도의 강도 높은 금융 제재가 내려지면서 무역결제 수단에서 달러화를 제외한 탈달러화 거래의 구도가 확산했다. 이후 단기간에 에너지 교역에서 루블화뿐만 아니라 중국 위안화 결제가 확대하면서 중국과 연대한 탈달러화 시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전문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촉발된 탈달러화 기조는 중국과 이란, 중남미 등 신흥국을 포함한 탈달러 통화연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작년부터 본격화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과 친 러·중 국가들의 블럭화가 본격화되면서 탈달러화 기조가 강화했다"고 부연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작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달러화 결제를 막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등의 금융제재에 들어갔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4월 1일부터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자국 루블화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엔 자국에 우호적인 중국 등 국가들과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탈달러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문위원은 "초기에는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방어적 목적이 강했으나 점차 루블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다극화된 통화질서 구축에 있어 루블화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문위원은 러시아의 초기 조치가 서방 제재를 일정 부분 효과적으로 대응해 루블화 안정 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수출에서 루블화 결제 비중은 작년 초 12%에서 작년 말 34%로 증가했다. 반면 달러 및 유로화 비중은 87%에서 48%까지 급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화보유고 일부로 금을 매입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구매하면서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금을 기반으로 한 대체통화 등의 안정적인 통화시스템을 구축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박 전문위원은 러시아가 위안화 등 기타 통화의 사용도 확대하면서 탈달러 연대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러·중은 작년 9월부터 중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대금을 루블화와 위안화 각각 50%의 비중으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박 전문위원은 "무역결제 수단 영역에서 탈달러화가 최근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으며 양자 간 합의를 통해 추후에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정학 갈등 이외에도 ▲미국 경제의 상대적 쇠퇴 및 비중 감소 ▲중국의 경제적 부상 이후 위안화 유동성 및 거래 증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대안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탈달러화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통화가 부재하다는 점은 탈달러화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위안화가 중국의 경제 발전과 대외 진출, 개발도상국 원조 등으로 국제화의 여건은 성숙했지만, 자본시장 통제 등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안화 비중이 엔화 및 파운드화 추월은 시간 문제"라며 "미국에서 대공황과 자연재해, 전쟁 등이 발생한다면 탈달러화 가속화되며 위안화가 급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탈러화를 위안화 부상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금융 및 자본 자유화가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간 정치·경제적 연대와 구심력의 지속성과 강도도 변수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양국 간 ▲역사적·구조적 문제 ▲비대칭적 관계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러시아의 도발 등을 갈등 요소로 지적했다.
박 전문위원은 "글로벌 경제블록화의 진행 속에서 탈달러화의 추세는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탈달러화의 범위는 당분간 신흥국 중심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속도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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