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한국물 데뷔전부터 조 단위 조달…기업·은행채 투심 다 잡았다
9억 달러 대규모 발행 성사…퍼스트리퍼블릭 사태에도 흥행 견고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SK온이 첫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에서 9억 달러 규모의 조달에 성공해 약 1조1천966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한국물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쌓아왔던 KDB산업은행을 제외하면 단일 트랜치(tranche)로 발행한 한국물 유로본드(RegS) 중 최대 규모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시장이었지만 SK온의 데뷔전에는 무리가 없었다. KB국민은행의 지급보증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데다 기업물과 은행채 투자 기관을 동시에 사로잡아 흥행을 거뒀다. 다양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활용한 점 역시 대규모 조달을 뒷받침했다.
◇보증채로 데뷔전 성사…NDR부터 투자자 관심↑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9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 대비 155bp 높은 수준이다.
SK온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프리 IPO와 은행 차입 등으로 조달을 이어갔으나 배터리 부문 등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시장으로 자금 마련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SK온은 KB국민은행 지급보증으로 이번 발행에 나섰다. 채권 신용등급을 KB국민은행과 동일하게 끌어올려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이번 채권은 무디스 기준 KB국민은행과 동일한 'Aa3' 등급을 부여받았다.
SK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북빌딩 전부터 뜨거웠다. 지난달 27일부터 인베스터 콜(investor calls) 형태로 진행한 넌딜로드쇼(NDR)에서는 SK온의 시설투자(CAPEX) 관련 조달 계획 등에 대한 문의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보증채의 경우 지급보증을 제공한 KB국민은행 채권으로 여겨지지만, SK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남달랐던 셈이다.
최근 한국물 시장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었던 점 또한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아시아 채권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꾸준히 조달을 이어가는 한국물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에만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달러채 북빌딩에서 풍부한 수요를 확인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 주말을 전후해서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을 둘러싸고 불안감이 번지면서 한국물 유통금리 또한 소폭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JP모건 체이스의 인수로 안도감이 번졌으나 뉴욕 증시에서 미국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최대 10% 이상 떨어지는 등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SK온은 퍼스트리퍼블릭 사태에도 지난 2일 북빌딩을 개시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보증기관인 KB국민은행 신용등급을 본 은행채 투자자와 발행사인 SK온을 본 기업물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서 52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했다. 참여 기관은 230곳에 달했다.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SK온은 스프레드를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40bp 낮췄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행한 채권 유통금리 등을 고려할 때 10bp 안팎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과 50bp 안팎의 보증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 보증채의 경우 50bp 안팎의 보증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있다.
◇대규모 조달, 글로벌IB 활용도 부각…한국물 호조 지속
통상 한국물 보증채 조달 규모는 3억달러 안팎이었다. 반면 SK온은 KB국민은행 이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IB를 활용해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이 9억달러 규모의 채권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되 3억 달러 이외의 물량은 주관사단의 크레디트 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SK온은 이를 통해 단번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해외 채권 시장에서 마련했다. 9억달러라는 대규모 물량인데다 미국 투자자가 참여하지 않는 유로본드, 단일 트랜치라는 한계는 넉넉한 투자 수요로 극복했다.
SK온의 흥행으로 한국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물의 경우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각종 이벤트에도 꾸준히 아시아 시장 포문을 열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달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뒤이어 SK온이 퍼스트리퍼블릭 사태 직후 투자자 모집에 성공해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 모습이다.
이번 채권은 그린본드(green bond)로 발행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설 투자 등에 조달 자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관련 요건을 갖췄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 MUFG 증권,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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