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국제화 양면…외환당국 "비용과 편익 따져 수용성 높이겠다"
"원화 국제화 아직 초기…단기간에 추진 어려워"
"부정적 측면도…투기 수요·통화정책 무력화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윤은별 기자 = 외환당국이 원화 국제화는 비용과 편익을 곰곰이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원화의 국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개방과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4일 이준범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과 양양현 한국은행 국제총괄팀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 원화 국제화…당국 "아직 초기 단계…점진적 추진 필요"
이 과장은 원화가 미국 달러화를 비롯한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에 비해 국제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위안화 국제화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원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과장은 "원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국제화 (통화로) 보기 어렵다"며 "원화로 차입이 가능하고 외환보유고 확보가 된다면 유동성 위기가 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국제화가 되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라며 "금융상품도 많이 나오고 금융시장이 발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투기적 목적의 환 변동이 커질 수가 있고 통화정책 자체도 무력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팀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원화의 국제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주요 통화보단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며 "역외에서는 원화 거래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활용도를 크게 높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원화 국제화를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원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양적 및 질적인 경제 성장 및 시장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 방안으로 당국은 경상거래 규제 완화와 통화스와프 체결로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 패권이 약화하는 탈달러화 추세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원화 국제화는 역외 투자자의 외환시장 참여와 개장 시간 연장 등으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고 최근까지 그 위상이 악화하지만, 크게 변화되진 않은 것 같다"며 "최근 자료를 보면, 세계 경제 4분의 1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여건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최근 한은이 인도네시아와 원화-루피아 간 직거래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 탈달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탈달러와 연계되거나 달러 사용을 억제하려는 측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 팀장은 "원화의 국제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무역 결제 촉진 노력은 계속해왔고, 인도네시아와의 이번 MOU 체결 역시 원화와 루피아 간 민간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민간 기업에 거래 편의를 제공하고 거래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 직거래 시장을 만들자는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화의 국제적 수용성을 위해 제도 개선 등을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국제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원화 인식 상당히 개선"…탈달러 가능성에 '분분'
토론회는 학계와 업계, 연구계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전 세계 통화 가운데 원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세계 외환보유액 중 비전통적 준비통화 비중에서 원화가 8%로 4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통적 통화에서 위안화가 25%, 캐나다달러가 23%, 호주달러가 20%로 원화보다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국제화나 외환시장 선진화 등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세계 외환보유액 중에 원화가 비전통적 통화 중 차지한 비율을 보면 그간 생각했던 한국 이미지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환율이 올라가는 매커니즘에 논란이 큰데, 원화는 준안전통화로 볼 수 있다"며 "100% 긍정할 수는 없지만, 원화 인식은 상당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원화 국제화를 둘러싼 글로벌 달러 패권 변화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탈달러를 위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에 준하는 금융시장의 해결사 역할까지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들 연준의 통화스와프만 기다린다"면서 "중국이 그런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느냐. 통화스와프는 여러 나라와 했지만, 대규모 통화 위기가 일어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중국 외환보유액이 2015~2016년 1조 달러 넘게 유출됐는데 이때의 트라우마가 심하다. 인민은행 스스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중국과 외교관계가 좋아도 위기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 것은 중국이 아닌 IMF다. 다만 민간의 비공식적 영역에선 동남아시아 위주 위안화 블록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 역할로 떠안게 되는 무역적자 부담도 다른 국가에서 미국의 달러화를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석연구위원은 "(달러의) 엄청난 특권은 미국에게 편익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통화 체제에서 지배적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지배 통화의 발행국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글로벌 통화 시장에 있어 달러 지위 변화는 상대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달러의 미래를 전망하고 더 본격적으로 우리 원화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시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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