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제압한 거인' 폴 볼커 회고록 한국어판 출간
  • 일시 : 2023-05-31 08:30:27
  • '인플레이션 제압한 거인' 폴 볼커 회고록 한국어판 출간



    글항아리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성실함, 진실함 등으로 번역되지만 그 의미를 온전하게 전하기 쉽지 않은 'Integrity'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독자들이 이 단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생의 삶으로 보여준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연 폴 볼커 전(前)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이를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볼커 전 의장이 로마인들이 말하던 '미덕'을 갖춘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폴 볼커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기준금리를 20%까지 인상하는 극약 처방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아냈다.

    초고금리가 초래한 경기 침체 때문에 신변 위협을 받아 권총을 차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가 컸지만, 볼커는 회고록의 제목 'Keeping at it'처럼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쓰러트렸다.

    막상 회고록을 읽어보면 볼커는 개인적인 어려움에 관해서는 과묵하다. 그는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정작 중앙은행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릴까 염려했다.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한번 잃어버리면 되찾기 힘들다. 우리가 새로이 강조하고 있던 통화공급 증가 억제라는 전략을 철회하려면 신뢰성의 상실로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좀 심하게 과장하자면, 끝까지 멈출 수 없는 배에 올라탄 운명이었다. 물가안정을 추구하면서 '돛대에 묶여'버렸던 것이다"(195쪽)

    볼커의 업적은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뿐만이 아니다. 연준 의장으로 재직하기 이전에는 재무부 관료로서 당시 국제 외환 시스템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해체하고 과도기를 관리하는 실무 책임자로 일했다.

    5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책을 읽다 보면 애착을 가진 제도를 자기 손으로 허물어야 했던 당시 볼커의 심정이 여전히 감동적으로 전해져 온다.

    연준 시절 이후 볼커는 수많은 '볼커위원회'를 이끌면서 유엔(UN)과 세계은행(WB)의 부패 문제를 개선했고, 스위스의 은행을 조사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재산 반환을 도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의 투기적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제정된 '볼커룰(Volcker Rule)'도 그가 이끌었던 위원회 중 하나인 대통령경제회복자문위원회(PERAB)의 활동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회고록에는 평생에 걸쳐 하나 이루기도 힘든 일을 여러 개, 그것도 매우 훌륭하게 해낸 관료이자 중앙은행가의 이야기가 담겼다. 볼커는 마지막까지 미래의 경제 지도자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한다. '안정된 물가, 건전한 금융, 유능한 정부'

    영문판 회고록은 2018년에 출간됐지만 한국어판은 이번에 한국은행 남민호 팀장의 번역으로 빛을 보게 됐다.

    남 팀장은 "공직자의 표상으로서 각계각층의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볼커의 회고록이 오래도록 번역되지 않은 점이 의아했다"며 "회고록 번역은 20년차 중앙은행가에게 운명적으로 맡겨진 과제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글항아리. 2만8천원. 432쪽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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