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캥거루본드 입지…수출입은행 조달 노련미 부각
'G3' 엔화 여건 악화에 대안 부상…시장 변화 포착, 경쟁력 입증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8억 5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역대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중 최대 규모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캥거루본드 시장에서 쌓아온 꾸준한 입지 등을 바탕으로 조달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G3' 통화 중 하나인 엔화 조달이 스와프 부담 등으로 녹록지 않자 대안으로 캥거루본드를 주목하고 있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호주 이외에도 아시아와 유럽 등 다양한 기관들이 투자자로 자리매김해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억5천만 호주달러 거뜬, 꾸준한 소통 통했다
2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오는 26일(납입일 기준) 8억 5천만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지난 20일 글로벌 시장에서 프라이싱(pricing)을 마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과 3년과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이다. 3년 FXD는 1억2천500만 호주달러, 3년과 5년 FRN은 각각 3억7천500만 호주달러, 3억5천만 호주달러 규모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년과 5년물 FRN 각각 3개월물 호주 달러 스와프금리(BBSW Bank Bill Swap Rate)에 85bp, 100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3년 FXD의 경우 고정금리 기준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85bp를 더한 수준이다. 세 트랜치 모두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3bp 낮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조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호주 현지 투자자는 물론 호주 달러를 운용하는 아시아와 유럽 등 다양한 기관들을 사로잡았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비교적 역내 투자자 중심인 다른 이종통화 시장과 달리, 역외 투자자들도 상당하다는 이점을 활용한 모습이다.
일례로 3년 FRN의 경우 아시아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배정 비율이 각각 56%, 34% 수준이었다. 호주의 경우 10%의 물량을 가져갔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대규모 조달이 거뜬했던 건 꾸준한 발행으로 소통을 이어온 영향이 상당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2년부터 지속해서 캥거루본드 시장을 찾았다.
특히 'G3' 통화 중 하나인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가 스와프 부담 등으로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캥거루본드를 대안 시장으로 더욱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발행 시장은 물론 스와프 여건 또한 이종통화 중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캥거루본드를 겨냥했다.
지난해 4월에 이어 1년 2개월여 만에 다시 공모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선 배경이다. 이번 채권은 올해 한국물 선순위채로는 첫 캥거루본드라는 점에서 시장 포문을 여는 효과 또한 톡톡히 했다.
견고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금리 경쟁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3년물의 경우 달러채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의 금리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년물 또한 달러채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해 투자 저변 확대와 금리 경쟁력을 동시에 잡았다.
◇단기물 선호 주목, 시장친화적 전략으로 경쟁력↑
호주의 경우 이번 달 깜짝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까지 0.10%를 유지했으나 연이은 중앙은행의 인상으로 현재 4.10%까지 올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호주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단기물을 선호하는 점을 주시했다. 이에 3년과 5년물 중심으로 발행 만기를 설정했다.
최근 호주에서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3년물에 좀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3년물 트랜치를 FRN과 FXD로 나눠 단기물 수요를 흡수했다. 3년과 5년물을 FRN으로 택해 금리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한 점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시장친화적인 조달 전략으로 투자 매력을 높인 셈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물 시장에서 매년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는 대표 발행사다. 올해도 이미 두 차례 공모 시장을 찾아 총 40억 달러, 13.5억 유로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ANZ와 미즈호증권, 노무라증권이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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