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 달러-엔 환율의 행간에서 봐야 할 것들
  • 일시 : 2023-07-17 09:22:45
  • [배수연의 뉴욕전망대] 달러-엔 환율의 행간에서 봐야 할 것들



    (뉴욕=연합인포맥스) '아메리카는 일본경제의 부활을 알고 있다'. 최근 월가의 분위기를 가장 명쾌하게 대변할 수 있는 말일 듯하다. 월가가 최근 앞다퉈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있어서다.

    ◇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가 주장한 엔저가 아베노믹스의 핵심

    해당 문구는 사실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지금부터 꼭 10년 전 일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설계도로 제시한 저서의 제목이다. 고인이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사실상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를 극진하게 예우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하마디 고이치 교수가 저서를 통해 제시한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일본은행(BOJ)을 재정 당국처럼 동원한 엔저 정책이었다. 아베 전 총리가 취임할 당시 달러-엔 환율은 89.68엔이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4)에 따르면 지난 14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38.91엔에 마감했다. 엔저 현상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한때 151.942엔을 기록해 1998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약세가 깊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경제정책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혁명적 변화다.

    undefined


    <대형 수출주 중심인 닛케이225 지수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재정 정책을 실시한 아베노믹스는 10년이 지나면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대형 수출주 중심인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6월 19일에는 장 중 한때 33,772.89까지 치솟았다.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월19일 저점 16,358.19 대비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게 일본 도쿄증시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시계를 10년 전 아베노믹스가 출범할 당시로 돌리면 더 극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가 출범할 당시 닛케이225 지수 저점은 지난 2013년 6월13일 기록했던 12.415.85였다. 아베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11년 11월 25일에는 닛케이225 지수 저점이 8,135.79에 불과했다.

    하마다 교수는 당시 일본이 일본국채(JGB) 금리 급등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자신이 있으면 일본 주식시장에 대해 매도(숏) 포지션을 취하라"고 반박했다.

    그가 장담했던 것처럼 일본 주식시장의 부진에 베팅한 세력이라면 메가톤급 재앙에 시달렸을 게 분명하다.

    ◇ 10년간 엔저 유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도 하마다와 아베의 합작품

    아베노믹스의 선봉장이었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의 일본은행(BOJ) 총재 발탁도 아베 전 총리와 하마다 고이치 교수의 합작품이었다. 하마다 교수는 저서에서 자신의 촉망받던 제자였던 시라가와 전 일본은행 총재의 경질을 주장했다. 그는 시라가와 전 총재가 잘못된 이론에 근거, 과감한 금융완화정책에 반대한다며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재 후보로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있던 구로다 하루히코를 거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마다 교수는 당시 저서를 통해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불충분한 금융정책의 결과이므로 과감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마다의 예언처럼 미국은 일본의 엔저 용인

    하마다 교수의 예언은 지금까지만 보면 적중한 듯하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일본의 엔저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G7 등 선진국들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글로벌 경제에 일본의 부활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5년 자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이른바 플라자합의라는 명분으로 일본의 엔화를 30% 이상 절상시켰다. 그런 미국이 엔저의 가파른 절하 기조를 눈감아 준 게 엔저 전성시대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실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까지 지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부터 지나친 엔화 약세에 대응하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열린 태도를 보이며 우호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당시 옐런 장관은 작년 9월 일본 당국이 약 24년 만에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을 당시 미국 재무부는 "일본의 행동을 이해한다"며 이를 용인하는 듯한 코멘트를 한 바 있다.

    ◇ 발 빠른 워런 버핏이 불 지핀 월가의 일본 투자 열풍

    일본의 부활에 가장 발 빠르게 베팅한 월가 투자자는 워런 버핏이었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NYS:BRK.A)는 최근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의 지분을 평균 8.5% 이상으로 늘리고 장기적인 일본 투자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엔화 채권을 발행해 환 리스크를 헤지하고 투자 배당금과 채권 이자 지급액의 차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일본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준의 기준금리를 고수하는 등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행보를 이어가는 데 따른 전략이다.

    버핏은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조달된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얻은 배당금은 이자를 지불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결국 수조 엔에 이르는 자금을 공짜로 빌려서 성장기에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사들이는 거의 위험이 없는 베팅을 한 셈이다.

    버핏의 베팅이 성공하는 걸 지켜본 월가의 투자자들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노출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MMT에 대한 논의 구조 형성돼야

    일본이 글로벌 지진아에서 모범생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데는 소신 있는 한 명의 경제학자가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다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정책의 방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환율정책도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작 가장 절망적인 대목은 따로 있다. 국내 경제학계나 경제연구소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만 거듭 주장할 뿐 제대로 연구도 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미스의 근간인 MMT(Modern Monetary Theory:현대통화이론)가 현대 경제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성찰도 찾아보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서구 선진국이 MMT의 정책 권고를 앞다퉈 받아들였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재정 당국의 역할까지 수행하면서다.

    MMT는 국가가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도 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원칙은 무시된다. MMT는 1970년대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워런 모슬러가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 랜덜 레이 미주리대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이 있다.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재정 당국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통화를 엄청난 양으로 쏟아냈다. 그 후폭풍으로 과거 수십 년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렸지만 아직은 경기 침체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MMT 전도사 랜덜 레이 교수는 저서 '균형재정론은 틀렸다'를 통해 화폐는 조세를 징수할 수 있는 정부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더 발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이자율이 충분히 낮다면 정부가 계속해서 적자를 내더라도 무방하다고 주장해왔다. 일본은행(BOJ)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까지 동원하며 일본국채(JGB)를 사들이는 이론적 배경도 랜덜 레이 교수를 비롯한 MMT 경제학자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월가와 도쿄 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번 달에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경우 어떤 파장이 미칠지 대비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