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조 단위 조달한 한전…달러화 채권으로 금리 절감까지
원화 대비 경쟁력…금리 역전·투자 수요 반영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10억 달러(약 1조2천725억 원)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에 성공했다. 단일 트랜치(tranche)로 한번에 10억 달러를 마련하는 대규모 발행이었으나 원화채 대비 금리 경쟁력을 드러내면서 조달처 다변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통상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채권 발행 시 트랜치를 나눠 물량 부담을 줄인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3년 단일물로 수요를 모두 채웠다. 3년과 5년물 금리 역전 현상과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해 최적의 조달 구조를 설정한 점 등이 흥행을 이끌었다.
◇한전, 단번에 조 단위 조달…글로벌 신뢰 통했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31일(납입일 기준) 10억 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한다. 트랜치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다양한 투자자를 골고루 포섭했다. 지난 24일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는 193개 기관이 총 31억 5천만 달러의 주문을 넣었다. 아시아태평양이 39%의 물량을 배정받았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와 미국이 각각 33%, 28%를 가져갔다.
수십 년간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도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적자 실적과 반환경 이슈 등의 우려가 꾸준히 있었지만, 과거부터 지속해 외화채 발행과 상환 등을 이어오면서 글로벌 기관과 신뢰 관계 등을 다져왔던 터라 조달에 무리가 없었다. 북빌딩 전 진행한 로드쇼를 통해 회사 안정성 등에 대한 설득력을 높인 점 또한 투자 심리를 뒷받침했다.
넉넉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전력공사는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 대비 100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35bp 절감한 수치다. 이에 따른 쿠폰과 수익률(yield)은 각각 5.375%, 5.449%다.
한국전력공사가 이번 조달로 원화채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했다.
최근 한국물 발행이 쏟아지면서 스프레드 부담이 드러나기 시작한 데다, 단일 트랜치로 10억 달러 규모의 빅딜이었으나 금리 경쟁력을 드러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대규모 조달이었던 터라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10bp가량 감수하고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렸다.
◇시장친화적 조달 구조 주효…원화채 조달은 주춤
시장 상황을 반영해 만기 구조 등을 설정한 점이 주효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미국 3년과 5년물 금리 역전 현상 등을 고려해 단일 트랜치를 택했다. 금리 역전으로 3년물이 5년물 대비 높은 금리를 형성하는 터라 두 트랜치를 선택할 경우 5년물 스프레드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통화 스와프 조건 등의 측면에서도 3년물 이점이 드러나 조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최근 5년물 중심의 한국물 발행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점도 주목했다. 한국물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만기 5년 발행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비교적 희소성이 부각되는 3년 단일물을 택해 투자자 잡기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조달로 해외 시장에서의 첫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발행에 나섰다. 통상 해외 기관의 경우 ESG 채권 중에서도 그린본드(green bond)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크지만, 지속가능채권 조달에도 흥행엔 무리가 없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19년부터 매해 달러화 그린본드를 찍었다. 하지만 이번 발행의 경우 10억 달러의 대규모 조달이었다는 점에서 자금 사용처를 친환경 자산만으로 매칭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채권을 택할 경우 친환경은 물론 사회적 사업 등에 조달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달 원화 시장 대신 해외를 공략한 모습이다. 적자 실적 등의 이슈로 한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 매달 조 단위 자금을 마련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1조800억 원어치 채권을 찍었으나 이달에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원화채도 발행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는 각각 'Aa2',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미즈호증권, UBS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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