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300원 넘보는 달러-원] 급등 예견 못한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노요빈 기자 = 단 하루 만에 1,300원대 가시권을 눈앞에 둔 달러-원 환율의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과거와 비슷하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계기로 달러-원이 급등했지만, 직접적인 환율 상승을 초래한 배경이나 그 양상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美신용불안 이슈에 '화들짝'…악재에 뒤덮인 원화
3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달러-원 환율은 역외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 심리가 두 자릿수 급등세를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일 달러-원은 간밤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 강세를 반영해 상승 출발했다. 이후 위안화 강세가 겹치면서 달러-원에 상승 압력은 심화했다.
개장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별다른 저항 없이 1,290원대에 진입한 이후 줄곧 달러-원은 상승세를 타면서 1,290원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전일) 달러-원은 예상 밖의 움직임이었다"며 "주요 통화들과의 상관관계를 벗어날 정도의 상승 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 달러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며 "원화가 변동성에 민감한 통화이기도 하고 위험회피에 취약한 통화라는 점이 컸다"고 말했다.
B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그렇게 큰 재료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역외에서 엄청나게 달러를 샀다"라며 "위안화가 몇 차례 버티다가 확 약세로 가면서 모든 재료가 달러-원 상승 쪽이었다"고 말했다.
장중 국내 증시 부진도 커스터디 매수세로 이어졌다.
전일 코스피는 1.9%, 코스닥은 3.18% 급락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3천95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C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1,290원 선에서 막히면서 오늘도 1,290원대 초반에서 상승세가 제한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주식도 빠지다 보니 최근 국내 증시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를 한 번에 많이 돌린 거 같다"고 말했다.
월말 월초에 꾸준했던 네고 물량도 존재감을 감췄다. 그동안 1,290원 근처에서 박스권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 사라지면서 주요 저항선이 무너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달러-원 리스크오프 심리에 부채질 정도는 했을 수 있다"며 "지난주까지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크게 안 밀리던 환율이 (전일) 장 초반부터 역외 매수세가 계속돼 큰 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며 "빅피겨(1,300원)를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시도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사상 초유의 美 신용등급 강등…2011년 8월에는 어땠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8월 5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었다.
당시 신용등급 강등은 글로벌 경기침체 이슈와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를 불러왔으며 위험통화인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부채한도 합의 불발에 대한 우려로 신용등급 강등이 나오기 전만 해도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그해 8월1일 달러-원 환율은 1,048.90원을 나타내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합의가 타결됐음에도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달러-원은 다소 급하게 오르면서 1,100원 선을 향해 올랐다.
그리고 그해 10월 4일 달러-원 환율은 1,208.20원까지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약 두 달여 만에 환율이 15%나 급등한 것이다.
뉴욕증시 벤치마크지수인 S&P 500지수는 등급 강등 당일 6%나 빠졌고, 8월 한 달에만 최대 15%가 빠졌다.
시장에서는 2011년과는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견조한 데다 등급 강등이 시장 다수 참가자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C 딜러는 "2011년에도 주식도 빠지고 달러-원이 상승하고 급값이 오르는 히스토리가 있었다. 다만 당시 S&P가 등급을 내린 것과 이번에 피치가 내린 것은 느낌이 다르다. 피치가 키 맞추기를 한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 증권사의 딜러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2011년과 달리) 특히 미국 경제가 견조해 갑작스럽게 시장 반응이 뒤집힐 수 있다"면서 위험회피 움직임이 되돌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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