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뉴욕전망대] '달러스마일'로 본 '가짜새벽' 경계론
(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엔 환율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달러화 강세와 맞물린 엔화의 약세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동반하고 있어서다. 가장 우려했던 시세 조합이 나타난 탓에 미국 달러화의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현상이 굳어질지 여부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뚜렷해진 '달러 스마일'
달러 스마일(Dollar smile)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기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지만, 경기침체기에도 투자자들의 달러 매입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달러 스마일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일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바탕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 경제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때는 성장 격차에 되레 주목하며 달러화 수요가 늘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데 따른 달러화 강세를 설명하는 달러 스마일 커브>
이는 모건스탠리의 외환전략가였던 스티븐 젠(Stephen Jen)이 주장한 이론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전제 조건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강하고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될 때만 충족된다.
◇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와 맞물린 악순환
미국 국채수익률이 다시 뜀박질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며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말 연 3.96% 언저리에서 거래를 마친 뒤 지난 4일에는 장중 4.21%까지 호가를 높이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 2년물 수익률도 같은 기간에 4.85% 수준에서 한때 4.95%까지 호가를 높였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우려가 반영된 영향 등으로 풀이됐다.
월가에서 주목하는 점은 달러-엔 환율 상승세와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한때 145엔대 회복을 시도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점도 달러 스마일 차원에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수준을 동결하는 등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엔 환율 상승과 엔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자칫 145엔대 위로 치솟을 경우 일본 외환 당국 등의 미국채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던 지난해 12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순매도세의 70%는 일본 외환보유고 등 일본 투자자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환율을 방어하는 데 500억달러 가까이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모만큼 미국채 보유 포지션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 YCC 수정에도 엔화는 되레 약세…달러 스마일의 힘
이른바 '트릴레마(Trilemma)'의 덫에 걸린 일본은행이 수익률 통제정책(YCC)에 대한 일부 수정에 나선 것도 최근 엔화 약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3가지 딜레마를 뜻하는 트릴레마는 자본 자유화(financial integration), 통화정책 자율성(monetary independence), 환율 안정(exchange rate stability) 등 세 가지 정책목표의 동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엔화의 가파른 약세에 시달린 일본은행은 지난달 일본국채(JGB) 10년물 수익률 상한선을 기존 0.5%에서 1.0%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YCC는 기존 상한선이 지켜질 것으로 점쳐졌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고수하면서도 YCC의 일부 완화를 단행해야 할 정도로 엔화 약세가 가팔라진 데 따른 고욕책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YCC 정책을 수정한 뒤 일본 엔화는 되레 약세를 보였다. JGB 10년물 수익률 상승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달러 스마일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강한 달러화는 월가에도 양날의 칼
월가도 강한 달러화를 마냥 즐길 수 없는 입장이다. 강한 달러화가 기업실적 등에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어서다.
아직 잡히지 않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강한 달러화가 부채질할 수도 있다. 수요 강화로 7주 연속 오른 국제유가가 강한 달러화와 맞물리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글로벌로 수출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리 수준이 주요국 대비 높아 달러화 수요의 블랙홀이 되면서 글로벌 주요국의 구매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강한 달러화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매출의 40%를 미국 외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가치는 달러화로 환산하면 줄어든다. 달러화 강세가 주가 등에 비우호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화가 기조적인 강세를 보일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경기 회복의 '가짜 새벽(false dawn)'에 대한 경계감도 강화되고 있다. '가짜 새벽'은 실상이 그렇지 않음에도 경제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경제 회복세가 그동안 지속된 어려움에 따른 기저 효과로 나타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의미다. 월가가 달러화 강세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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