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의 붕괴…전쟁 중단의 신호탄 될까
[https://youtu.be/vlOi2QltVtg]
※ 이 내용은 8월 23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환율이 최근 크게 출렁이고 있는데, 환율을 보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고요.
[권용욱 기자]
네, 최근 몇 주 사이에 러시아 통화가 붕괴된다, 이런 뉴스들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오늘은 이 러시아 환율이 전쟁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또 앞으로 환율의 방향성이 왜 중요한 것인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환율 그래프를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그림은 1달러가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얼마에 거래되느냐를 뜻하는 건데요. 이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루블화 가치가 약해진다는 거고요. 반대로 내린다는 것은 루블화 가치의 강세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연초에 환율이 70루블 근처에 거래됐는데요. 즉, 1달러가 70루블에 거래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에 환율이 102루블까지 치솟았죠. 1달러가 102루블에 거래됐다는 것으로, 연초와 비교해서는 루블화 가치가 내려갔다는 의미입니다. 동일한 1달러에 더욱더 많은 루블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니깐 루블화가 싸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14일 이후로는 환율이 다시 좀 내리고 있군요.
[기자]
네,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다 소폭 반등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환율이 연초부터 왜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연초부터 이달 14일까지 루블화가 미국 달러 대비로 약 30% 가까이 폭락했는데요. 이것은 세계 통화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크게 떨어진 수준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루블화가 내렸냐. 러시아의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었기 때문인데요. 먼저 수출이 준다는 것은 외국에서 벌어들인 해외 통화를 루블화로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줄어든다는 뜻이겠죠. 루블화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줄어드니 루블화 가치가 내려간 겁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수출은 왜 줄었느냐. 바로 지난해 12월 주요 7개국 G7이 러시아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설정한 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강제로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팔아야 하니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당연히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국제 유가가 하락한 측면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지요.
또, 수입이 는다는 것은 해외 상품을 미국 달러로 결제해서 사야 하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루블화를 미국 달러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겠죠. 루블화를 팔아야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니, 이 역시 루블화 가치를 끌어내린 겁니다.
그러면 수입은 왜 늘었느냐. 바로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위해 전쟁 물품을 외국에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나면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거의 90% 가깝게 급감했습니다.
[앵커]
네, 올해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루블화가 꾸준하게 떨어진 이유를 설명해 주셨는데요. 러시아 경제 상태는 어떤지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올해 들어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었다고 조금 전에 말씀드렸는데요. 러시아 경제 상황은 작년과 올해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2분기에 4.9%의 성장률을 찍을 만큼 깜짝 성장하기도 했는데요. 그것은 정부가 대대적인 지출 정책에 나서며 돈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공공 부문 지출을 늘리면 건설이나 설비 투자 등이 늘어나고, 이는 경제 수요도 자극해 경기가 살아나게 되는데요.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올해 들어 이런 경기 부양 효과의 약발이 크게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주려면 노동력이 충분해야 하는데, 노동 공급이 따라주지 않고 있는데요. 러시아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순부터 산업계 전반이 최근 25년 사이 최저 수준의 직원 숫자를 보이며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서방 국가의 제재로 경제 고립도 더욱더 심해지고 있어 경기 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이런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러시아 경제는 추가로 고통을 받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물론입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루블화 가치 폭락은 경제적으로 매우 안 좋은데요. 무엇보다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오는 비용이 비싸져 물가 상승률을 크게 자극합니다. 지금 가뜩이나 기준금리가 매우 높은 러시아인데요. 고금리에 물가까지 비싸지면 러시아 국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지겠죠.
러시아의 최근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 4%를 크게 웃도는 8%에 가깝게 치솟았습니다. 고물가에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마비되구요. 무엇보다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 정부가 전쟁 물품을 수입해오는 비용도 비싸져 전쟁을 이어가는 데도 큰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에 루블화 가치가 달러당 80~90루블에 거래되는 게 러시아에 최상의 환율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8월 중순 한때 환율이 100루블을 넘어섰으니,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한 상태였습니다.
러시아가 환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있기도 한데요.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루블화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일 때, 이를 서방의 제재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요.
[앵커]
네, 그래서 최근에 러시아 정부가 나서서 환율의 상승, 즉 루블화의 붕괴를 일정 수준 막아섰다고요.
[기자]
네, 일단 러시아는 중앙은행을 통해 금리를 올리며 대응하려 했는데요. 루블화가 폭락한 다음 날인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3.5%포인트나 인상하며 12%로 설정했습니다. 한국 기준금리가 지금 3.5% 수준이니 러시아가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린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금리 인상도 루블화 붕괴를 막아내지는 못했고요. 정부가 직접 자본 통제에 나서며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8월 14일 이후 환율이 방향성을 바꾼 모습이 보이시죠. 즉, 루블화의 폭락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건데요.
정부가 나서서 외화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고 한 건데요. 러시아의 주요 수출업체들에 외화 매출의 최대 80%를 루블화로 강제로 전환하게끔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전해졌습니다. 이들 업체에게 외화를 가능한 한 많이 루블화로 전환하고 매주 경과를 당국에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수출업체가 벌어들인 해외 통화를 강제적으로 루블화로 전환하면, 그만큼 루블화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루블화 붕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앵커]
러시아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습니까.
[기자]
외환시장 개입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는 있는데요. 중앙은행이 쌓아놓은 외화보유액으로 루블화를 사들이면 됩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은 공식적으로 이달 초순 기준 5천900억 달러 정도 있는데요. 문제는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천억 달러가 서방 제재로 동결된 상태라는 겁니다.
[앵커]
네, 시장 개입도 쉽지는 않겠네요. 그러면 이렇게 자본 통제를 통해 루블화 가치는 안정이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먼저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붕괴한다는 의미 다시 한번 살펴보면요. 일반적으로 한국의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다고 하면, 그것은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러시아는 다소 특이합니다. 서방 국가의 제재로 빠져나갈 글로벌 자금이 거의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즉 외환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루블화를 사거나 파는 거래 자체가 드문데요. 그래서 루블화의 움직임은 글로벌 투기 자금의 베팅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말 교과서적으로 수입과 수출의 상대성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아무리 기준금리를 높게 올려도 글로벌 투기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건데요.
러시아 환율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본 통제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합니다. 정부의 자본 통제라는 것은 그 나라의 거시경제 여건이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는 다소 특이한 외부요인인데요. 이런 요인으로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결국, 루블화의 하락 압력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거군요.
[기자]
네, 수입은 늘어나고 수출은 줄어드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루블화의 하락 압력은 계속 이어질 수 있는데요.
러시아가 수출을 늘리거나, 달리 말하면 원유로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수입을 줄여야 하는데요.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군비를 줄여야 합니다. 즉 전쟁의 강도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가 전쟁을 줄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루블화 가치 붕괴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갇히는 것이야말로 전쟁 강도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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