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경제공조] 초밀착 동맹…경제·금융 협력 강화
[※편집자주 :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 간 경제동맹 관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미일은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공조를 강화하고 소통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 금융·외환시장 협력, 공급망 연대 등에 대한 성과와 의미, 과제 등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신윤우 기자 = 최근 한미일 정상이 전 세계에 3국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미일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긴밀했던 외교, 안보 영역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도 한껏 밀착해, 어려운 대외경제 여건을 함께 헤쳐 나갈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회의를 했다.
3국 정상이 오직 한미일 회의를 위해서만 만난 것은 사상 처음인 데다, 회의 장소가 유서 깊은 곳인 캠프 데이비드로 결정된 것도 이번 회의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준다.
한미일 정상은 '노타이' 차림으로 7시간여 동안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면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협력 의지는 협력 지침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협력 비전 및 이행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 성격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담겼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는 3국이 선도적인 글로벌 경제로서 금융 안정과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관행으로 번영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는 경제 안보와 기술 분야의 협력에 초점을 둔다는 약속이 명시됐다.
정상들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공급망 회복력, 에너지 안보, 바이오 기술,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에 있어 3국이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공급망 교란에 대한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한미일 3국이 경제 부문에 있어 위기에 함께 맞서고 서로 도우며 미래를 위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간 전통적인 군사, 외교 3각 협력이 비로소 경제협력으로까지 확고해졌다"며 "정부 성향에 따라 변화가 심했던 한일 관계에 미국이 참여해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재무장관회의…금융 협력 어떻게
경제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 개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처음 제안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이 받아들인 결과다. 외교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3국이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특히 재무장관 회의를 신설한 것은 3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시스템화한 것으로 이례적이고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미일 3국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그리고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촉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한국도 미일 관계 수준으로 금융·외환 분야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이다. 미국과 일본은 상설 통화스와프를 구축하는 등 금융·외환 분야에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원화가 비 기축통화인 관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유사시에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곤 했다.
현재 세계 8위 수준(4천218억달러) 규모의 외화보유액을 보유한 만큼 당장 미국과 통화스와프는 필요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본처럼 상설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과는 금융·외환 분야 협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한국은 이르면 내달 일본 투자자를 상대로 최소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발행할 계획이다.
신얼 상상인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는 단기적인 것보다는 중장기적 호재로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제 첫 단계로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더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성과는 공급망·신기술·금융안정…3각 협력 출발
한미일 정상회의의 경제 분야 3대 성과로는 공급망과 신기술, 금융안정을 위한 협력 강화가 꼽힌다. 다양한 글로벌 경제 안보의 도전과제에 3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자 협력이 아닌 3자 협력 체제를 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은 보다 탄탄한 공급망 연대를 구축하게 됐다.
각자 운영해온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연계해 공급망 교란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위한 메커니즘을 확립하기로 했다. 재외공관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재국의 정책동향과 핵심품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정례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한미일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강화파트너십 등 공급망 관련 다자 협의체에 참여하는데, 3국 공조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신흥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도 머리를 맞댄다. 연구개발 투자와 특허출원 분야 강국인 한미일은 AI, 우주, 양자 등 게임 체인저가 될 신기술과 관련해 공동개발, 국제표준화, 기술보호, 인력교류까지 아우르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선 3국의 국립 연구기관이 첨단 컴퓨팅, AI, 소재 연구, 기후 등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전략적 표준 파트너십도 강화해 국제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셈법이다. 개발된 핵심 신흥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공조 체계도 구축하는데, 미국의 '혁신기술기동타격대'를 중심으로 한미일 관계기관이 협력을 심화할 계획이다.
금융안정을 위해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큰 성과다.
공급망 분절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제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된 상황에서 3국이 타개책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무장관회의 정례화는 검토 중이며 의제도 다각화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단선적인 양자 협력관계를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한 한미일 3각 협력의 새로운 출발을 공식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위기 대응능력 커졌다…미래 먹거리 산업 주도
미국, 일본과의 경제 밀착으로 각종 경제위기에 대응할 역량도 한층 더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3국이 구축한 조기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공급망 관련 위기를 보다 빠르게 인지하고 공조를 통해 사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산업 공급망을 주도해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미일 3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의 3분의 1에 가까운 데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연대를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의 80%는 한미일 3국에 공급되고 있고, 핵심소재는 일본 한 나라가 50% 이상을 담당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미국 전기차 4대 중 3대가 한국 기업의 배터리로 달린다.
한국은 제조, 미국은 원천 기술, 일본은 소재 등 상호보완적인 분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공급망 3각 연대'는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첨단산업의 주도권도 확보하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된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 역시 금융 리스크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안전장치가 될 전망이다.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3국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3각 협력은 글로벌 금융 안정에 기여하고 투자 및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핵심 신흥기술 협력으로 3국이 첨단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기술 경쟁을 주도해 우위를 점하고 표준을 만들면 관련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심기술 탈취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한 것은 후발 주자들의 추격 속도를 늦추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했다"며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증진은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의된 사안들이 실제로 이뤄지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의 및 각 분야 장관급 회의 정례화, 구체적인 협력사업 프레임워크 합의 등을 통해 협력을 제도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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