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경제공조] 글로벌 금융위기시 환율 안전판 마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김용갑 노요빈 이규선 기자 = 한미일 정상이 금융과 외환시장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공조를 약속하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과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 3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 통화스와프서 뒷전에 밀렸던 한국…선진국 대접 받나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두차례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서 모두 선진국 다음으로 체결 대상이 됐다.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의와 향후 진행될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공조의 차원이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또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선진국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13년 10월 31일부터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등 5개국과 상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규모는 무제한이다.
해당 국가들은 글로벌 준비통화 발행국이며 모두 선진국으로 보유한 미국채도 많다. 지난 6월말 기준 일본의 미국채 보유량은 1조1천56억달러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세번째로 많은 6천723억달러였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각각 4위와 5위로 3천324억달러, 3천318억달러를 기록했다. 스위스는 3천57억달러로 그다음이었다. 캐나다는 2천710억달러를 8위를 기록했다.
미국도 이들 국가가 달러화 유동성을 얻고자 미국채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보다 발권력을 동원해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편이 이득이다.
미국채 보유량이 1천151억달러로 17위에 머무는 한국이 같은 처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과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재개에 합의했으며 미국과도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필요한 때에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 차원에서 이뤄지던 노력이 3국 차원으로 확대 발전할 여지가 크다.

◇ 상징적 의미 크다…외환시장 안정에 기여
전문가들은 당장 실행할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이미 마련된 채널을 통해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 스와프 자체는 현 상황에서는 안정적이라서 크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빠르게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미국이 현재 통화스와프를 5개 통화와 상시 체결한 걸 제외하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향후 (한미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달러화가 들어오는 거라서 의미가 크다. 상시가 어렵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시적이라고 해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화스와프나 공조 자체가 위기를 예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한미일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은 맞지만 외부의 이벤트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판이 생기면 리스크가 전염되고 확산할 가능성은 크게 약화하지만, 지정학적 대립 고조로 인해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낮아질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공급망 안정 통한 경상수지 흑자 유지 중요
전문가들은 한미일 외환 공조 외에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등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또한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관계가 약화함에 따라 공조를 계기로 대미, 대일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일본이 그 영향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통화스와프가 만명 통치약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예전 연준과 우리나라의 통화스와프 규모도 60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 규모로 금융 불안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확보돼야 하고,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빨리 진정돼야 한다. 대중국 수출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되지 않고 한국 금리가 불안한 상태라면 언제든지 지각 밑에 터질 수 있는 우려가 잠재해 있다"고 꼬집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이 줄었는데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이를 상쇄하고 있다. 만약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간접적으로 원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 측면에서도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갈등이 발생할 리스크가 줄었다. 중국 공급망 리스크가 커졌지만, 일본과 미국 쪽 공급망 부담은 완화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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